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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하다 농사? “발아율 100% 묘목생산 주인공 됐죠”

입력 | 2023-01-11 03:00:00

[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나무아지야 농원’ 경영 김경로 씨



‘나무야지야 농원’의 김경로 대표는 몇 년전까지 배우로 성공을 꿈꿨지만 지금은 농부로 변신한 것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농사는 물론이고 유튜브를 통해 농기계 리뷰와 귀농생활 정보도 제공하는 그는 “국내 최고의 묘목 장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나는 배우다’에서 ‘나는 농부다’로 방향 틀었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나무아지야 농원’을 경영하는 김경로 대표(36). 1만2000m²의 넓은 농지는 김 대표에게 ‘무대’다. 그 위에서 장기를 뽐낸다. 그의 장기는 묘목 재배. 나무아지야에서 키운 사과 묘목은 거래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대형 농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땅을 ‘무대’라고 한 것은 김 대표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배우 출신이다. ‘아스달연대기’ ‘제3의 매력’ 등 여러 편의 드라마와 연극 무대에 출연했던 그는 2021년 청년농부로 변신했다. 계기는 중국이었다. 배우로 해외 진출을 꿈꾸며 떠난 중국에서 한국 묘목 생산 판매업자로부터 농사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배우를 포기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농사란 정말 파면 팔수록 무궁무진한 자원이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오니 이보다 더 정직한 직업이 있을까요.”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른 법. 귀국 후 기세 좋게 뛰어들었지만 농사에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다. 농기계 다루는 법부터 농약 치는 시기, 물 주는 시기까지 아는 게 없었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동료도 없었다.

배우자고 결심했다. 다른 농원에 들어가 2년여 동안 현장교육을 받았더니 하우스 설치, 농기계 작동, 병충해 방제, 농원 운영 방법, 묘목 관리, 판매 노하우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1년 경산에 나무아지야 농원을 세운 뒤 첫 농사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첫 농사에서 땅에 직접 사과 씨를 뿌려도 되지만 포트판에서 먼저 발아를 시킨 뒤 밭에 이식하는 방법을 택했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어서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100%에 가까운 발아율에 도달할 수 있었다. 김 대표 부부와 어머니 등 3명이 동트기 전부터 시작해 해가 진 뒤 랜턴으로 불을 밝혀가며 일했다.

김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라고 말했다.


“영농정착 지원금에서 후계농자금 대출, 농지은행 토지 임대까지 다양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도 주변에 알리고 다녀서 친구들이 저보고 ‘전도사’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하하.”

김 대표는 최고의 묘목 전문가가 되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먼저 최고의 우량 묘목을 키우는 ‘묘목생산명장’이 되고, 우수한 묘목만 판매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나무아지야 농원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