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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빌라왕’ 배후에 기업형 조직, 악질적 ‘전세사기’ 뿌리 뽑으라

입력 | 2023-01-11 00:00:00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이른바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은 부동산컨설팅업체 등이 배후에서 움직인 조직적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서울의 빌라 240여 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제주에서 숨진 정모 씨는 ‘바지사장’에 불과하다고 보고, 실질적 주인인 컨설팅업체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빌라 1139채를 소유했다가 지난해 10월 숨진 김모 씨 등 다른 ‘빌라왕’들에게도 배후 세력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건축주, 분양업체, 명의대여자, 공인중개사 등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세입자에게 집값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아 수백, 수천 채의 빌라를 사들였다. 빌라를 확보하는 영업책, 명목상의 집주인인 빌라왕, 대신 계약을 진행하는 대리인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고 수익을 나눠 가졌다. 피해자들은 전세 만기가 돼서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매에 참여해도 그새 집값이 떨어져 전세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에는 종잣돈이 적고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이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피해자 10명 중 7명이 20, 30대이고, 90%가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들은 경제력이 부족해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보니 쉽게 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된다. 계약 전에 꼼꼼히 확인해도 분양대행업체나 공인중개사 등이 사기에 가담할 경우 빠져나가기 어렵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세 사기 범죄는 미래 세대의 꿈을 빼앗고 서민의 전 재산을 빼앗는 악질적인 범죄다.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벌에 처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일단 사기를 당하면 피해 구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기범들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지 않도록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전세 사기로 피눈물을 흘리는 서민들이 없도록 이번 기회에 철저한 수사로 뿌리까지 도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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