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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재명 檢 출석… 진영대결 아닌 증거·법리공방으로 가야

입력 | 2023-01-11 00:00:00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둔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의 현직 대표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두산건설 등 관내 6개 기업에 부지 용도 변경 등을 허가해 주고 성남FC에 160여억 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청사 앞에서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 “소환 조사는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며 10분가량 검찰과 정부를 맹비난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 40여 명도 동행했다. 이 대표 개인이 아니라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국민의힘은 “피해자 코스프레” “범죄 피의자 이재명과 함께 죽겠다는 옥쇄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청사 주변에는 이 대표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 1000여 명이 모여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 수사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진영 대결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기업들에 대한 편의 제공과 성남FC 후원금 사이에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용적률 변경 등 기업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신 성남FC를 후원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수수를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해 두산건설의 후원금과 관련해 전직 성남시 간부를 기소하면서 ‘이 대표 등과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이 대표는 “적법한 계약을 하고 받은 광고비를 (검찰이) 후원금이라고 우긴다”고 반박했다. 기업 유치와 성남FC 광고 수주는 별개의 사안인데 검찰이 억지로 엮었다는 취지다. 또 민주당은 당초 경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는데, 검찰의 요구로 다시 수사가 이뤄지면서 결론이 바뀐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의 배경과 의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신중해야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해야 한다. 후원금을 받은 것이 범죄인지 여부는 주장이 아니라 증거에 의해 가려질 일이다. 진술과 자료에 대한 법리 공방을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문제가 있다면 법원 판결로 바로잡는 것이 사법 절차다. 이 과정에 정치가 개입할 여지는 없고, 개입하려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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