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일간지 간부 3명과 고액 거래 대장동 관련 로비 의혹 불거져 차용증 없이 수표로 9억 건네고 언론사 출신 영입, 수천만원 고문료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언론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두 달여 만에 다시 대장동발 언론계 스캔들이 터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사진)와 거액의 돈거래를 한 언론인들이 공개됐고, 화천대유가 언론인 출신 인사들을 고문 등으로 영입하고 고문료나 급여를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 차용증 안 쓰고 9억 원 빌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겨레신문 편집국 간부 A 씨는 2019∼2020년 김 씨에게 수표로 9억 원을 받았다. 돈은 ‘대장동 일당’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가 3억 원씩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한겨레 조사에서 “(아파트 분양금 명목으로) 돈을 빌렸지만 현재 2억 원을 변제한 상태이며 나머지도 갚겠다는 의사를 김 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액을 빌리면서 차용증조차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해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한겨레신문은 의혹이 제기된 직후 “대장동 개발 의혹 보도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윤리강령과 취재보도준칙 위반 소지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또 10일자 지면을 통해 “(A 씨가) 9억 원을 수표로 빌렸다고 했는데 이는 구두 소명으로 밝힌 금액(6억 원)과도 차이가 있다”며 A 씨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또 편집국장이 보직을 사퇴하고 경영진도 조기 퇴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고문료나 급여로 수천만 원 받기도
김 씨의 돈을 빌리거나 받은 사람은 더 있다.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은 2019년 10월 김 씨로부터 50억 원을 빌린 뒤 2개월 후 이자 없이 원금만 갚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이다.김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화천대유가 언론사 출신 인사를 고문 등으로 영입하고 고문료나 급여를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선일보에서 간부를 지낸 D 씨는 2021년 6∼9월 화천대유 고문을 지내며 고문료로 총 3500여만 원을, 뉴스1 간부 출신 E 씨는 2021년 1∼8월 역시 고문료로 총 24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 간부 출신 F 씨는 화천대유 홍보실장을 지내며 2019년 7월부터 27개월 동안 급여로 총 900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난 후 화천대유에 영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도 채널A 기자는 명품 운동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김 씨와 골프장에서 어울리며 100만 원 넘는 현금이나 상품권을 받은 기자도 수십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기자협회는 10일 성명서를 내고 “기자들이 연루된 이번 사태에 깊이 반성한다. 해당 언론사의 진상 조사가 끝나면 기자협회 차원의 징계도 논의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 가짜 수산업자 때도 언론인 연루 논란
앞서 ‘가짜 수산업자’ 사건 때도 중견 언론인이 여럿 연루돼 논란이 됐다.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태우 씨(44·수감 중)로부터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이모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모 전 TV조선 앵커, 이모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재판에 넘겼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