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불거진 이른바 ‘2701호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강호 포르투갈을 2-1로 누르고 12년 만에 16강에 오른 뒤 축제 분위기로 들떴던 지난달 7일 손흥민(토트넘)의 전담 트레이너인 안덕수 씨가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었다.
안 트레이너는 “2701호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며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축구협회의 행정에 문제가 있음을 폭로했다.
그리고 약 한 달여가 지난 10일 협회는 공식 홈페이지에 안 트레이너와 관련된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카타르월드컵 기간 선수단과 협회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협회가 침묵을 깨고 뒤늦게 해명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까지 이어진 안 트레이너 관련 보도 때문이다.
최근 일부 매체에선 일부 대표팀 선수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협회가 선수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재차 폭로했다.
이에 협회는 “뚜렷한 사유,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SNS에 쏟아낸 개인의 감정에 정면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선수단 노고를 격려하는 경사스러운 분위기에서 섣불리 언급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지난 2021년 11월과 지난해 6월 두 차례 협회 의무 스태프에 안 트레이너가 합류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에 협회는 정식 절차를 통해 채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안 트레이너가 지원하지 않았고 협회가 요구하는 자격증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안 트레이너가 손흥민의 전담 트레이너 자격으로 카타르에 건너왔고, 협회는 선수들의 선택에 따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대회 기간 갈등은 계속됐다. 우루과이와 1차전을 이틀 앞두고 일부 선수들은 협회 의무팀장의 업무 배제와 귀국을 요청했다.
의무팀장이 안 트레이너의 대표팀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협회는 “아무리 선수들이 원한다 해도 모집 공고에 응시하지 않은 무자격자를 고용할 수 없었다”며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또 무자격 트레이너에 대해선 “2년 계약 당시 2020년 자격증을 요구하는 관련 법령이 시행되지 않던 터라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안 트레이너가 선수들과 협회 사이에 혼선을 일으켰다는 점도 협회는 강조했다.
협회 의료진이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지정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내린 진단을 안 트레이너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선수들과 의무진 사이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다만 협회도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하려는 듯 반성하는 자세를 함께 내비쳤다. 협회는 “선수들이 오래 요청한 사안이라면 귀 기울여 듣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최근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 상태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추세라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트레이너 간 협력 관계에 대한 규정을 새로 정립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협회가 한 달 만에 공식 입장을 낸 가운데 안 트레이너 측과 일부 선수들이 다른 입장문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협회는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3월 대표팀 소집 전까지 관련 규정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