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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소환조사, 임시국회 극한대치…결집할까, 역풍 불까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3-01-11 14:00: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입에 손을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가 입장문을 읽기 전 한 시민이 “목소리가 작습니다. 쫄았습니까”라고 말하자 반응을 보인 것이다. 현장에는 민주당 지도부 등 현직 의원 41명이 동행했다. 왼쪽부터 박홍근 원내대표,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이 대표, 장경태 정청래 최고위원. 성남=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에 출석하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반으로 쪼개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제1야당 대표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해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은 이 대표 지지자와 보수단체 회원 등이 몰려 세 대결을 벌였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지키자”라고 외쳤고, 보수단체 회원 등은 “이재명을 체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치권도 이 대표의 검찰 조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를 포함해 현직 의원 40여 명이 검찰 출석 현장에 출동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1일 “경찰이 3년 동안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종결 처분한 사건을 정치 검찰이 다시 끄집어내 죄를 묻겠다는 것은 정적인 이재명을 끝내 없애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며 “이번 수사는 검찰 공화국의 억지 법리이자 사법 농단”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세 과시를 했다며 각을 세웠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지도부를 끌고 와서 세 과시를 했다. 자기가 독립투사이냐, 민주투사이냐”라며 “이것이 민주정당 지도자 대표의 자격이냐. 참담함 제1야당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충남 예산군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예산=뉴시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1월 임시국회도 ‘방탄 국회’ 공방을 거듭하며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임시국회 소집과 관련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오늘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되니까 이 의원이 출석하기로 한 것으로 봐서 명백하게 방탄 국회임이 틀림없다”며 “민주당은 방탄 국회 비판이 두려웠는지 긴급현안질의를 (국회) 본회의에서 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임시국회 소집이 향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요구할 것에 대비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행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의 공세에 맞서며 북한 무인기 도발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민생 법안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11일 “집권여당이 안보와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비정상적 국정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의장께 요청 드린다”며 “(국회) 본회의를 열어 안보와 경제 위기 등 중대하고 시급한 국가적 현안에 관해 긴급현안질문 실시 여부에 대한 표결 절차를 밟아 달라”고 말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며 본회의를 계속 피하면 결국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며 “최소한 각 상임위라도 조속히 개최해서 주요 현안 보고와 시급한 법안 처리 등 일하는 국회에 지금이라도 동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 원내대표는 북한 무인기 도발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과 주요 군사 관계 책임자를 불러내서 북한 무인기를 무엇으로 탐지하고 어떻게 추석하고 격파하는지 고스란히 공개해 북한에 알려주자는 것”이라며 “무인기 침범에 관한 긴급현안질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필요하다면 국방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충분히 따져보고 파악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여야는 설 연휴를 앞두고 검찰의 이 대표 소환조사의 파장이 어디로 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임시국회와 관련해 민주당이 ‘방탄 국회’라며 역풍을 맞을 것으로 기대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양새다.

정 위원장은 11일 민주당을 언급하며 “그들이 목표는 단 하나다. 윤석열 정부의 전진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성공은 곧 대한민국의 내일을 여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단결되고 통합된 힘으로 뭉칠 때 내년 4월 선거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9일 “민주당은 이 대표가 구속될까 노심초사하며 지난해 8월 16일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국회를 열고 있다. 이쯤 되면 민주당 역시 이 대표와 함께 국회와 민생을 인질로 삼은 공범이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11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민주당도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11일 “정치 검찰에 맞서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고 왔다”며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둔갑시키려는 검찰 정권의 폭력적인 왜곡, 조작 시도에 앞으로도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당하고 의연하게 야당 파괴, 민주주의 파괴 시도를 분쇄하겠다. 검찰이 어떤 모략과 날조를 해도 결국 국민과 역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역사의 전진을 믿으면서 정부가 포기하다시피 하는 민생 위기 극복에 전념하겠다. 정권의 폭정과 정권의 무도함에 국민과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을 찾아 민심 다지기와 여론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그는 인천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를 통해 민생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국 현안 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총선을 앞두고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가 당당하게 무혐의를 입증할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