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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월북몰이 할 이유 없어” vs 檢 “책임 전가한 것”…보석심문 설전

입력 | 2023-01-11 14:09:00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이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보석 인용(석방)을 호소했다.

서 전 실장 측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 심리로 열린 보석심문기일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보석 심문기일 당일에는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 보석 필요성을 소명해야 한다.

서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지난달 9일 기소된 후 같은 달 23일 법원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 측은 서 전 실장 측 공소사실에 국가기밀 등이 포함돼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건의했으나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서 전 실장 측은 준비해 온 발표자료를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보안유지 지시와 관련해 은폐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며 “(故이대준씨) 사망 직후 회의 당시 이미 국정원이나 청와대, 통일부 등 실무자 수백여명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폐를 시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사건 관련 보안유지를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보안유지를 강조했다고 해서 첩보삭제나 관련 작전을 못하게 했다는 것은 인과관계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며, “삭제됐다는 첩보 역시 대부분 복사본이고 원본은 지금도 남아 재판·수사에 이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상황이었는데 이 사건이 문제될 것 같아 은폐했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이지만, 관계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했다고 한다면 은폐의 목적은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어 부인하는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 전 실장은 보안 유지를 지시했음에도 피격 사실이 공개되자 ‘월북몰이’로 유도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억측이라며 반박했다.

서 전 실장 측은 “사건을 월북으로 몰아갈 이유도, 실익도 없었다”며 “이씨의 사살은 북한 정권이고, 이탈경위나 실족 또는 월북에 관계없이 피고인의 정무적 책임은 크게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월북한 사람까지 사살한 북한 정권이라고 전제한다면 오히려 북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남북관계에 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당시 월북 가능성을 판단한 것은 (이씨가) 부유물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연평도 주변 해역에 익숙해 여러 가능성 중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상정하고 진행한 것”이라며 “사실관계 조차 단정한 것이 아닌 추정과 판단의 중간수사단계에 있었다. 실제 월북인지는 이 법정에서 밝혀져야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은 국민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여론을 회피하고 비난을 면하기 위해 월북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구성해 이씨를 월북자로 조작해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구속된 상황에서 안보실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져야 증거인멸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피고인이) 별도 거처를 마련한 정황이 확인됐는데 석방된다면 별도 거처를 마련해 주거불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석 허가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마무리하고 결정 시점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2020년 9월22일 서해상에서 숨진 이씨가 피격됐다는 첩보 확인 후 23일 새벽 1시께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참 관계자들 및 해경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를 지시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 전 실장에게는 같은 날 피격 사망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으로 하여금 실종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제시한 공소장에는 서 전 실장이 ▲이씨를 구조하지 못한 책임 회피 ▲같은 시기 있었던 대통령 UN화상연설에 대한 비판 방지 ▲대북화해정책에 대한 비판 대응 등을 위해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는 혐의가 담겼다.

또 서 전 실장에게는 안보전략비서관 등이 참석한 비서관 회의에서 이 사건이 남북관계 악화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비서관들에게 보안유지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있다.

법원은 서 전 실장과 함께 이 사건 관련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0일 열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