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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유럽파’ 뜬다…“美보다 독·프 수익률 2배”

입력 | 2023-01-11 14:11:00


서학개미의 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유로 약세에 유럽 주식이 값싸지며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WSJ는 10일(현지시간) ‘유럽 주식이 미국보다 낫다(outshining)’며 ‘유럽 대륙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유럽 증시가 인플레이션 둔화, 에너지 가격 하락, 중국의 재개방 기대에 힘입어 “포효하며 되살아났다(roared back to life)”고 WSJ는 표현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다른 선진국을 웃돌며 상회했다. 독일 닥스와 프랑스 까끄40 지수는 3개월 동안 18% 넘게 올랐는데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의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상승률 8.5%를 두 배 넘게 뛰었다. 영국 증시의 FTSE100지수도 2%만 더 오르면 사상 최고를 경신한다.

최근 2주 동안 영국 주식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지난 6월 이후 가장 많았다. 금융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10일까지 2주 동안 영국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순자금은 1억8800만달러가 넘었다.

하그리브스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선임투자시장 분석가는 WSJ에 유럽 증시가 “예상보다 훨씬 막대한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럽 증시 반등의 힘은 역학과 동력의 결과라고 WSJ는 설명했다.

우선 미국과 달리 유럽 증시는 대형 기술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지 않는다. 금리인상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은 은행, 소매유통, 에너지와 같은 가치주를 선호하는 데 유럽 증시에서 경기순응적인 가치주가 많이 올랐다.

또 달러 대비 유로와 영국 파운드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유럽 주식은 저가 매수 기회를 제공했다. 게다가 유럽 기업들은 해외에서 얻은 매출을 자국으로 송금하며 환율 효과를 누렸다. 유로와 파운드 약세는 유럽 수출기업들의 경쟁력과 달러 매출 가치를 끌어 올렸다.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선전한 점도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이번 겨울 유럽에서 기온이 예상보다 높아 온화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누그러졌다. 에너지 가격도 떨어지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에 일조했다. 지난주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인플레이션은 2개월 연속 둔화했는데 소비자물가는 8월 이후 가장 느리게 올랐다.

게다가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강력한 방역 ‘제로코로나’를 폐기하며 광산, 명품 관련 주식을 끌어 올렸다. 명품시장의 큰손 중국인들이 외국에서 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희망에 LVMH모세헤네시 루이비통과 에르메스는 올 들어 11% 뛰었다. 롬바르드오디에르 투자관리의 플로리안 이엘포 매크로 본부장은 “유럽 증시는 미국보다 중국과 더 강하게 연결됐다(stronger connection)”고 말했다.

하지만 이엘포 본부장은 유럽을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은 아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사이클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대출 비용 상승 속에서 더 많은 고통이 유럽 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재개방이 유럽 기업을 얼마나 장기적으로 지지할지는 “여전히 큰 의문”이라고 이엘포 본부장은 지적했다.

가치주 선호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올해 기술주가 반등하면 유럽시장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 로스차일드자산관리의 케빈 가디네 글로벌투자 전략가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금리 고점을 아직 목격하지 않았고 올해 글로벌 침체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