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800km 안팎의 지구 저궤도에는 현재 7000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작동하고 있다. 수십 년 전 발사돼 수명이 다했거나 고장 난 채 방치된 위성도 3000개에 육박한다. 쓸모없어진 이들 위성과 그 잔해물은 이른바 ‘우주 쓰레기’가 된다. 최근 한반도 상공을 지날 것으로 예측됐던 미국 지구관측 위성도 이 중 하나였다. 다행히 알래스카 인근 해역에 추락해 피해는 없었지만 한때 경계경보까지 발령되면서 적잖은 이들을 긴장시켰다.
▷하늘에서 떨어진 우주 쓰레기에 사람이 맞은 첫 사례가 나온 것은 1997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였다. 시커먼 운석처럼 생긴 15cm 크기의 금속 물체가 느닷없이 로티 윌리엄스 씨의 어깨를 때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 물체가 델타2로켓의 잔해임을 공식 확인했다. 작은 파편이었기에 망정이지 수 t짜리 대형 위성 잔해가 떨어졌다면 대형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주 쓰레기에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게 이때다.
▷우주를 떠도는 위성 잔해들은 서로 부딪치면서 파편을 만들어낸다. 2009년 미국의 이리디움 통신위성이 러시아의 위성 쓰레기와 충돌했을 때는 대형 파편만 1800개가 쏟아져 나왔다. 반복된 충돌로 파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 이론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크기가 1cm보다 작은 우주 쓰레기는 지금도 무려 1억3000만 개에 이른다는 게 유럽우주국의 추산이다.
▷인공위성이 많아지는 만큼 우주 쓰레기의 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중 간 우주 개발 경쟁이 가열되는 때다.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스타링크 위성만 이미 3500개, 아마존이 위성통신 사업 ‘카이퍼 프로젝트’를 위해 발사하겠다고 밝힌 위성 수도 3000개가 넘는다. 인공위성의 수명은 15∼20년. 다음 세기에는 우주 쓰레기가 저궤도 상공을 덮을 정도로 불어나 위성 발사가 불가능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구 바깥의 환경오염에 대비해 우주 쓰레기 종량제라도 실시해야 할 판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