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6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4일 김 씨가 자해를 시도해 조사가 중단된 지 23일 만에 그를 다시 불러 조사에 나섰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 김만배 씨가 전·현직 판사들에게 술자리 접대 등 로비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김 씨가 2017년 당시 부장판사였던 A 변호사와 술자리를 가진 뒤 비용을 지불했다는 진술을 술집 직원으로부터 확보했다고 한다. 이 자리엔 B 판사가 동석한 적도 있다. A 변호사의 경우 따로 술을 마신 뒤 김 씨가 사후 정산했다는 진술도 나왔다는 것이다.
앞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2021년 10월 검찰 조사에서 “김 씨가 판검사들하고 골프를 치면서 100만 원씩 용돈도 줬다. 골프 칠 때마다 500만 원씩 갖고 간다 했고, 돈도 엄청 썼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일이 있다. 김 씨 등 대장동 일당은 사업을 추진하며 여러 건의 수사, 송사 등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각종 사법 장애물을 넘어야 했던 만큼 판검사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시도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대장동 로비 의혹의 핵심은 술값, 골프값을 넘어 검찰 고위직 출신 등 법조계 거물들이 포함된 ‘50억 클럽’에 있을 것이다.
50억 클럽에 이름이 오른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경우 딸이 화천대유에 근무를 하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인척과 대장동 일당이 수상한 돈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도 ‘재판거래’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일부 녹취록에는 대장동 일당이 고위직 검찰 간부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수사 무마 로비를 거론하는 내용까지 등장한다. 그런데도 1년 3개월이 넘도록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검찰은 현재 대장동 의혹의 본류를 수사하고 있다며 ‘50억 클럽’ 등 법조인 관련 의혹은 “순차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법조계 연루 의혹은 거론된 금품 액수나 역할로 볼 때 사건 실체에 직결되는 것일 수도 있다. 적당히 뭉개려 했다간 법조계의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