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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김성태, 방콕 외곽 골프장 은신… ‘황제 도피’ 도운 6명 영장

입력 | 2023-01-12 03:00:00

檢, 지난달 첩보 입수해 추적 끝 체포… 이르면 이달 중 국내 송환 가능성
임직원, 김치 등 공수하며 도피 지원
이화영에 뇌물 준 증거 삭제 지시도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사진)이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 10일(현지 시간) 태국 현지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검찰이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쌍방울 임직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도피자금은 물론이고 김치, 참기름 등까지 현지로 나르며 도피를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조기 송환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 도피 도운 쌍방울 임직원 6명 구속영장 청구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9일 쌍방울 부회장 김모 씨를 포함해 임직원 6명에 대해 증거인멸 및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중 부회장 김 씨는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이다. 또 김 전 회장과 폭력조직에 함께 몸담은 경력이 있는 임원을 포함한 임원급 3명과 차장급 실무진 2명도 영장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이 쌍방울의 주요 의사결정을 이끄는 핵심 관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24일 검찰 수사관 출신인 쌍방울 임원 지모 씨가 현직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쌍방울에 대한 수사기밀을 빼내 오자 이를 접한 후 그룹의 각종 비리가 담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정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내부 업무용 PC 등에서 보관해 오던 이 전 부지사 관련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쌍방울 직원들에게 이 전 부지사의 이니셜인 ‘LHY’ 명의로 된 법인카드 내역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쌍방울로부터 3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 전 부지사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도피시키는 것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31일 싱가포르로 출국한 후 태국에 머물며 최근까지 해외 도피를 이어왔는데, 이들은 모두 지난해 6월 이후 태국을 한 차례 이상 방문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도피자금을 운반하며 김 전 회장의 체류비용을 지원하고 수시로 김치, 생선, 참기름 등 한국 음식을 태국 현지로 공수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7월에는 김 전 회장의 생일을 맞아 쌍방울 계열사 소속 유명 가수가 생일 축하 파티를 위해 태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 김성태, 이달 중 한국 송환 가능성

검찰은 김 전 회장 검거를 위해 지난해 9월 조주연 대검찰청 국제협력담당관(부장검사)을 수원지검 수사팀에 투입했다. 범죄인 인도·형사사법 공조 분야의 전문검사(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조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초 김 전 회장 체포 등을 위해 태국을 직접 방문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같은 달 주한 태국대사를 접견하며 김 전 회장 등 해외도피사범에 대한 국내 송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회장 체포까지는 경찰의 역할도 컸다. 10일 오후 5시 반경(현지 시간)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이 체포된 골프장은 태국 방콕 중심부에서 40, 50km 떨어진 지역에 있다. 한인 거주 지역과 다소 거리가 있어 수사망과 교민들의 눈을 피하기 좋은 장소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태국 경찰을 통해 김 전 회장 동선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경찰 주재관이 ‘김 전 회장을 본 적 있다’ ‘특정 인물과 잘 어울려 다닌다’ 등의 제보를 받은 것이다. 제보를 통해 압축된 장소 3, 4곳에 김 전 회장이 체포된 골프장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12일 태국 현지 사법당국에서 불법체류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태국 당국이 강제추방 조치를 내리면 김 전 회장은 이르면 이달 중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 전 회장 측이 소송을 내며 불복 절차에 들어갈 경우 송환까지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