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식사 ‘밥집알로’ 개소 1주년 밥 먹으며 진로상담-고민도 나눠 “옛 친구도 만나 이젠 고향같아요”
개소 1주년을 맞은 서울 은평구 청년대안공간 ‘밥집알로’에서 10일 오후 박종인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와 자원봉사자들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저녁식사로 부대찌개와 계란말이를 건네고 있다. 밥집알로는 지난해 1월 10일부터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무료로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입소문으로 알게 돼 저녁을 먹으러 오기 시작했는데 이젠 고향 같아요. 설 명절도 여기서 보낼 생각입니다.”
지난해 3월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자립준비청년 유민상 씨(19)는 10일 서울 은평구 밥집알로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밥집은 천주교 한국예수회 기쁨나눔재단에서 지난해 1월 만들었는데, 월요일을 빼고 주 6일 동안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이름은 청소년들의 수호성인 ‘알로이시오 곤자가’에서 따 왔다.
개소 1주년을 맞은 이날 오후 밥집알로엔 평소보다 많은 30여 명의 청년이 찾아와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저녁 메뉴로 나온 부대찌개와 잡채, 계란말이를 앞에 놓고 이들은 서로 반갑게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눴다.
밥집을 만든 박종인 신부는 “시설을 나온 자립준비청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배달음식 등으로 ‘혼밥’을 하더라”며 “따뜻한 집밥을 함께 먹으며 교류하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식당은 기쁨나눔재단에서 받는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2020년 보호시설에서 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휴학생 채동엽 씨(21)는 “평소 인스턴트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는데 여기선 건강한 집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시설에서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제2의 집’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남은 음식을 싸가거나 후원으로 들어온 샴푸, 치약 등 생필품을 챙겼다.
만 18∼24세가 되면서 보호시설을 떠난 자립준비청년은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부모 얼굴도 모른 채 자란 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세상에 혼자 던져졌다는 고립감 등으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밥집알로에선 청년들에게 진로 및 심리 상담도 제공한다. 신부와 수녀, 자원봉사자 등이 청년 틈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근황을 묻고 고민을 듣는다. 자립준비청년 중 일부도 매니저로 채용돼 일한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