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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사기’ 가담한 부동산업체 2명 영장 기각

입력 | 2023-01-12 08:57:00


전세를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Gap) 투자’로 전세 보증금 수백억여 원을 가로채 구속 송치된 50대와 모의한 부동산 업체 직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부동산 컨설팅업체 임직원 30대 남성 A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12일 밝혔다.

법원은 A씨 등이 “도주,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매매가보다 웃도는 임차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갭 투자’ 이후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정모(51)씨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정씨가 이른바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압류 직전인 신축 빌라에 대해 매매가를 한 번 더 높인 ‘업(UP) 계약서’를 꾸며 명의를 허위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일당은 올린 매매가로 ‘가짜 매수인’(바지 사장)과 꾸민 허위 매매 직후 다시 한 번 다른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받은 전세 보증금을 추가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일당은 정씨와 짜고 재임대차를 통해 받은 추가 전세 보증금을 나눠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정씨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임대차 수요가 많은 중저가형 신축 빌라 400여 채를 사들인 뒤 이 중 208채의 전세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 480억여 원을 반환하지 않고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다른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 피해는 더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가 범행을 주도한 이른바 ‘갭 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값 차이가 적은 부동산에 대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방식이다. 해당 임차인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대위 변제’ 방식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임차인 대신 보증을 선 공사 측이 피해를 떠안았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전세값이 매매 시세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경매를 통한 처분도 여의치 않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정씨를 지난해 6월 고발했다.

경찰은 최근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사회적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등이 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강조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의 2030 청년 대상 대위변제액은 전체 규모의 6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위변제액도 해마다 급증, 귀중한 혈세가 낭비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무자본·갭투자로 사들여 보증금을 떼먹은 ‘깡통 전세’ 주택이 압류되기 전 A씨 일당이 허위 매매 계약으로 ‘바지 사장’격인 소유주를 내세워 또 다른 전세 임차인을 끌어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 임차인 모집에 가담한 공인 중개사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간다. 앞으로도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전세 사기 범죄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계한 악성 임대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 254건 계약에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600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93건·646억 원을 떼먹은 박모씨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규모로 집계됐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