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 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부는 12일 서울에서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 회의’ 첫 모임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이정식 장관을 비롯한 고용부 관계자들과 노동법, 회계·세법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앞으로 정례적으로 열릴 회의에서는 업무보고 일성으로 언급된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 구축, 노조 회계감사원 기준 도입, 노사관계 불법·부당행위 개선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고용부는 2023년 주요 업무계획에서 올 3분기까지 노조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고 노조 회계감사원의 기준을 규정하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3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장관은 “노사 법치주의는 노동 개혁의 기본”이라며 “불합리한 노사관행의 개선 없이는 노동 규범의 현대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노동개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중 임금체계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상생임금위원회’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방안을 다루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소속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도 추가로 발족할 예정이다. 모두 학계 등 전문가들이 모인 자문기구 성격을 지닌다. 현재 조선업 이중구조와 관련해서는 ‘조선업 상생협의체’라는 이름의 전문가 모임이 가동 중에 있다.
연초부터 최소 5개의 전문가 협의체가 가동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노동개혁 관련해 이 같은 모임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하나였다.
개혁 2년차에 들어서면서 개혁 과제들이 보다 세분화하고 명확해짐에 따라 과제별로 집중해 추진하고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두 전문가들로만 모임을 꾸린 것 역시 같은 취지다. 고용부 관계자는 “과거에 이런 협의체나 자문기구들은 시작부터 이해관계자(노·사)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게 하면 구성원들 간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기 쉽다”며 “전문가들이 먼저 신속하게 안을 내고 그를 토대로 추후 노·사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 마련 초기 현장을 배제한 데 대한 반발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1일 성명을 내고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등이 전문가들로만 꾸려진 것을 두고 “현장 의견을 깡그리 묵살하고 소위 전문가 중심으로 TF를 구성하는 노동부를 규탄한다”며 “노동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노동부인가”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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