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 패드가 하나의 기기로 끝나지 않고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각장애인용 촉각 디스플레이 ‘닷 패드’를 개발한 소셜벤처 닷의 주용환 글로벌마케팅 본부장은 12일 ‘닷 패드 쇼케이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내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닷은 닷 패드 제품과 이를 활용한 교육 사업 비전을 공개했다.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행사장 내 마련된 닷 부스에 전시된 닷 패드. 출처=IT동아
닷 패드는 점자 표시 장치인 점자 셀을 활용해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지도, 차트 등 시각 정보를 촉각 콘텐츠로 구현할 수 있는 기기다. 기존 제품보다 작고, 가벼운 닷의 점자 셀을 수백 개 이어 붙여서 디스플레이 형태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행사장 내 마련된 닷 부스. 제공=닷
닷은 지난해 애플 기기의 시각장애인용 스크린 리더 기능인 보이스오버에 닷 패드를 연동하는 기능을 애플과 직접 공동개발한 사실을 공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애플이 국내 스타트업과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한 사례는 닷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등에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
관람객이 닷 패드에 표시된 촉각 콘텐츠를 만지고 있다. 출처=IT동아
닷 패드 활용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교육 현장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자료의 부족으로 비장애인보다 질이 떨어지는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닷 패드가 이러한 정보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미숙 닷 PR팀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중도 실명한 후 특수학교에 입학해 공부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각 장애인 당사자로 교육 현장에서 겪었던 불편을 직접 설명했다. 고 매니저는 “선생님 설명이나 교과서 점자 시각 자료에만 의존해야 했지만 시각 자료는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일반 교과서와 달리 점자 교과서에는 시각 자료가 생략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점자 콘텐츠가 부족한 원인은 그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울뿐더러, 점역(점자 번역) 전문가도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닷은 닷 패드와 함께 점자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인 닷 캔버스도 함께 개발해 선보였다. 누구나 그림을 그리듯 쉽게 점자 그래픽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만든 콘텐츠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거나 닷 패드에 바로 출력할 수도 있다.
닷 캔버스로 누구나 쉽게 그림, 차트 등을 점자로 구현할 수 있게 했다. 출처=IT동아
쇼케이스 행사에 축사로 나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영일 회장은 “시각장애인들은 정보에 굶주린 삶을 살고 있다. 문자 정보의 장벽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문자 정보만으로는 살 수 없는 세계가 시작됐다”면서 “문자를 넘어 이미지 정보까지 제공받을 수 있는 매개체가 더욱 절실한데 그 역할을 닷 패드가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닷 부스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닷 패드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IT동아
국내에서는 현재 상주박물관에 시각장애인 관람을 돕는 용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교육 현장에도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닷 측은 이날 행사에서 시각장애인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제도적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본부장은 “사회적 혁신은 단순히 기술 발전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