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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바람’ 탄 카카오엔터, 1조2000억 투자 잭팟

입력 | 2023-01-13 03:00:00

사우디 국부펀드-싱가포르 투자 유치
‘탈석유’의 미래 찾는 오일머니
ICT 이어 K웹툰-K팝 등에 관심
카카오 “해외시장 추가 M&A 추진”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대해 잇따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국내 ICT 업체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카카오 내 역대 최대 투자 유치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각각 6000억 원씩 총 1조2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액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도 역대 최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만여 개의 웹툰, 웹소설 등 오리지널 스토리 지식재산권(IP)과 7만여 곡의 음원 라이브러리, 음악 및 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 능력 등 콘텐츠 영역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지난해 11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수교 60주년을 맞아 무함마드 왕세자가 공식 방한한 데 따른 후속조치 중 하나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에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카카오 그룹의 미래 비전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비욘드 코리아’를 가시화할 방침이다. ‘K웹툰’과 ‘K팝’ 등 ‘K컬처’ 열풍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진출한 해외 사업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M&A에도 투자 재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 등을 인수했다.
○ 게임·콘텐츠에서 미래 찾는 중동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탈석유’를 외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게임과 콘텐츠, ICT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의 청년층이다. 15∼29세 인구가 중동 지역의 평균 24%를 차지하고 있지만 젊은 층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가 많지 않다 보니 콘텐츠와 ICT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PIF는 지난해 3월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에 총 3조5000억 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하고 각각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12월에 아랍에미리트 최대 ICT 기업 계열사인 ‘이앤엔터프라이즈(e&enterprise)’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에 1400억 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최근 제2 사옥인 ‘네이버 1784’에서 선보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 중인 7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스마트시티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전의 참여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손성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도에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기존 석유 중심 산업구조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에 비해 게임,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ICT가 발달한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