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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암세포 정밀 타격… mRNA ‘암 백신’ 시대 온다

입력 | 2023-01-13 03:00:00

9월부터 英서 임상시험 진행
암세포 구조의 단백질 합성 유도
면역반응 일으켜 맞춤형 치료



맞춤형 mRNA 백신을 맞고 생성된 단백질에 반응해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파괴하고 있다. 엠디앤더슨 센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이 암 치료를 위한 ‘mRNA 암 백신’으로 난치병 정복에 기여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화이자와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한 독일 생명공학 기업 바이오엔테크는 영국 정부와 mRNA 기반의 암 백신 임상시험을 올해 9월부터 진행할 계획이라고 6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영국은 올해 임상시험을 시작으로 mRNA 암 백신을 개발해 2030년까지 영국 내 암 환자에게 1만 도스(1도스는 1명이 1회 접종받을 분량)의 맞춤형 mRNA 암 백신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티븐 바클리 영국 보건장관은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혁신적 치료법으로 유방암, 폐암, 췌장암 환자에게 맞춤형 정밀 치료를 제공하는 시험에 가장 먼저 참여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mRNA는 체내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물질로 단백질 합성의 설계도 역할을 담당한다. 백신은 병원체 단백질을 체내에 집어넣어 진짜 병원체가 체내에 들어올 때 면역반응을 유도해 항체를 생성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코로나19 mRNA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거나 무해한 바이러스(벡터)에 넣어 주입하는 방식이나 항원 단백질을 합성해 주입하는 방식과 달리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직접 합성할 수 있는 유전물질인 mRNA를 체내에 주입한다.

mRNA 암 백신은 코로나19 mRNA 백신처럼 암을 예방하기 위해 투여하지 않고 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투여한다. 암세포는 보통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mRNA 암 백신은 암세포가 생성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과 유전자 구조가 같은 단백질을 체내에서 합성하도록 한다. 이때 면역체계가 합성 단백질을 인식해 이를 파괴하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면 실제 암세포까지 파괴되는 원리다.

전문가들은 mRNA 암 백신은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숨어있는 암세포까지 정밀하게 공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RNA는 암 외에도 다양한 질병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이다. 백신 개발이 비교적 쉽고 단백질 기반 백신보다 값이 싸 저소득 국가의 질병 퇴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결핵 및 생식기 헤르페스, 에이즈에 대응하는 mRNA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특히 해마다 겨울이 오기 전 예방 접종을 받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경우 모든 유형의 계절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는 ‘만능 백신’ 현실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최근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0종에 예방 효과가 있는 새로운 mRNA 백신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우구어 자힌 바이오엔테크 창업자는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비용이 들었던 기존 방식과 비교해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y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