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주요대 “학부 등록금 동결”
인상 땐 정부 지원사업서 불이익
재정부실-수업환경 악화로 이어져
“등록금 규제 안풀면 교육개혁 반쪽”
국내 4년제 대학 등록금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15년 전보다 23% 이상 인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곳간은 비어가고 있지만 등록금을 인상했다가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한 대학들은 속앓이만 하는 중이다. 대학 재정 부실과 교육 질 저하, 학생들의 수업 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물가 오르는데 등록금은 인하 ‘역주행’
대교협에 따르면 실질 등록금은 2012년 731만7000원, 2016년 696만 원, 2020년 675만5000원 등 매년 꾸준히 내려갔다.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 등록금’은 2008년 평균 673만 원, 지난해 679만4000원으로 14년간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등록금 인상 폭을 규제한 ‘등록금 상한제’ 탓이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계속되자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추진했다. 이듬해에는 등록금을 ‘직전 3년 치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정부의 각종 재정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 “10년 전 장비 쓰고 교직원이 청소” 고육책
반면 대학이 학생을 교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꾸준히 늘었다. 2021년 4년제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연간 1708만4000원으로, 2020년(1616만5000원)보다 91만9000원이 늘었다. 대교협 분석 결과 전국 사립대의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은 2011년 11조554억 원에서 2021년 10조2007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인건비, 관리운영비는 9조7405억 원에서 11조254억 원으로 늘었다. 대학가에서는 현 정부를 향해 ‘등록금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충북 B대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학교 시설 개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실습 장비는 10년 전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대는 청소업체에 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교직원이 구역을 나눠 청소하고 있다. 서울 C대 관계자는 “인건비에 한계가 있어 4차 산업혁명 전문가를 교수로 모셔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올해 교육부 업무보고와 윤석열 정부의 ‘교육 개혁’에서도 등록금 규제 완화는 빠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규제 완화와 관련된 일정이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감안해 법적으로 허용된 정도의 등록금 인상은 대학들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회 명지대 명예교수는 “등록금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교육 개혁은 ‘절반의 개혁’이 될 것”이라며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규정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