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2.11.29. 워싱턴=AP/뉴시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북핵 위협 고조를 전제로 자체 핵 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한국도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미는 공동으로 확장억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핵 자강론에는 거리를 두면서 확장억제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외교부·국방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1 대통령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윤 대통령의 자체 핵 보유 언급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수록 한국 내 핵자강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더 대변인은 ‘만약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확장억제는) 매우 잘 작동해 왔다”며 “동맹국인 한국을 지원하고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약 3만 명의 주한미군이 있다”고 답했다. 기존 핵우산 공약과 주한미군 주둔 등 재래식 전력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실질적인 핵 공유 수준으로 확장억제의 대폭 강화를 요청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온도차를 노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핵 공동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지시한 직후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언급은 김정은 정권의 핵에 대한 한국인들의 높아진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확장억지력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의 억지력을 보장할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한미 간의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북한에 대해 “(대북) 관여를 위해 시도한 많은 전략들이 무시되고 대신 (북한의) 도발과 화염에 대한 수사가 늘어났기 때문에 일부 좌절감이 있다”고 말했다. 캠벨 조정관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 북한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는 (북핵 문제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중국과도 접촉했지만 이미 알려진 것 이상으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