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여인숙에 딸린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야 오래됐지만 집에 거주하면서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건 서양에서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해 개봉 영화 ‘딜리셔스: 프렌치 레스토랑의 시작’은 18세기 프랑스 귀족의 저택에서 일하던 요리사가 돼지가 먹는 감자로 디저트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귀족에 의해 부당한 멸시를 받고 쫓겨나는 일로 시작된다. 돈을 받고 음식을 판다는 생각을 못 해온 요리사가 프랑스 혁명기의 평민을 상대로 식당의 개념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후 2가지 종류의 식당이 발전했다. 하나는 레스토랑이고 다른 하나는 캉틴(cantine)이다. 레스토랑은 음식을 제 가격을 받고 파는 곳인데 반해 캉틴은 무료로 주거나 제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다는 차이가 있다. 캉틴은 수도원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19세기 중엽 이후 집산주의가 확산되면서 학교와 공장으로 번져갔다. 우리나라의 학생식당이나 구내식당은 학교나 기업의 보조를 받아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캉틴에 속한다.
▷학생식당과 구내식당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더니 이번에는 고물가로 다시 어려움에 처했다. 서울대 기숙사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은 봄 학기부터 아침 식사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식자재 가격 상승에 전기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식대를 웬만큼 올려서는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테크노파크 구내식당은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후 1년 동안 12차례 입찰을 시도했지만 유찰됐다. 입찰가를 낮출 대로 낮춰도 응하는 사람이 없다.
▷5000원도 많은 학생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서 아침에 한해 ‘1000원 학식’을 제공하는 대학들이 꽤 있다. 학생이 1000원, 농식품부가 1000원, 나머지는 학교가 부담한다. 아침에 긴 줄을 선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점심이다. 수업시간에 맞춰 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나오거나 바로 돌아가 뒤늦은 점심을 먹는 학생도 적지 않다. 그나마 5000원짜리 점심마저 그 가격으론 운영이 어려워 없어질 판이다. 학생도 학교도 학생식당도 어렵다.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노력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