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수사] 특수본이 분석한 사고 원인 “15초 사이 4차례 동시에 넘어져”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릴 때 발생하는 ‘군중유체화’ 현상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가 난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부터 15초 동안 인파가 4차례 넘어지며 피해자당 최대 560kg의 압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떠밀려 내려오던 인파는 오후 10시 15분 24초경 사고 골목에서 처음 단체로 넘어졌고, 이후 15초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전도 현상’이 4차례 이어졌다. 그런데 단체로 넘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골목 양편에서 유입되면서 10분 동안 약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였고, 이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당시 1인당 최대 0.5t이 넘는 560kg의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전도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이후 1인당 평균 400kg에 짓눌리는 압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골목의 평균 폭은 4m 내외였으며 가장 좁은 곳은 3.199m에 불과했다. 이 골목과 연결되는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의 최대 폭은 약 7.5m였는데, 해밀톤호텔의 불법 증축으로 일부 구간이 약 3.6m로 좁아지면서 군중유체화 현상을 심화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참사 원인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음모론을 검증한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참사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토끼 머리띠를 한 사람이 일부러 밀었다’, ‘각시탈을 착용한 사람들이 아보카도 오일을 바닥에 뿌렸다’ 등의 음모론이 퍼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검증 결과 일부러 민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