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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에 백반증까지…살기 위해 운동, 지금은 크로스핏 지도”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1-14 12:00:00

‘전업주부’ 겸 크로스핏 지도자 김태성 대표




“몸무게 108kg, 대사증후군에 고혈압, 고지혈증, 백반증까지…. 이러단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하고 상의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죠. 그 때부터 집안일 돌보면서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김태성 대표가 역도 인상 동작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 동작을 일정 시간 동안 계속 반복했다. 김 대표는 건강을 잃은 뒤 ‘전업주부’를 하며 운동에 집중해 크로스핏 등 다양한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해 ‘운동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고양=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성태 크로스핏스틸 대표(41)는 직업이 두 개다. ‘전업주부’도 겸하고 있다. 2016년 혈압이 최고 170까지 올라 간 뒤부터 건강에 신경을 썼고 2019년엔 회사를 그만두고 출근하는 아내 대신 가정을 돌보고 있다.

“대학병원에 갔더니 교수님이 백반증으로 나타난 증세가 내장쪽으로 왔으면 암이 됐을 것이라고 했죠. 뇌쪽으로 갔으면 뇌질환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했어요. 팔에 나타난 게 어쩌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하셨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당시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참 복합적으로 저에겐 시련의 시기였습니다. 2018년 둘째도 태어나 집안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았죠. 그래서 제가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죠.”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주부들의 삶 자체를 이해 못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 그동안은 회사 일만 열심히 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 깨워 밥 먹이고, 씻기고, 유치원 등원시키고 정신이 없었다. 익숙지 않은 삶이었다. 그런데 ‘82년 생 김지영’이란 책을 보고 한국의 워킹맘들이 정말 대단한 것을 알았다. 그 때부터 집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집안일을 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집안일이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했다.

김태성 대표가 케틀벨 스윙을 하고 있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을 섞어서 하는 강도 높은 운동이다. 고양=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운동은 몸이 무너진 2016년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살을 빼려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그는 “2008년부터 건강을 생각해 취미 삼아 크로스핏을 했었다. 그런데 회사 생활하면서 2013년부터 3년간 운동을 전혀 할 수 없었고 그래서 탈이 났던 것”이라고 했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운동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크로스핏의 핵심은 ‘크로스 오버(Cross Over)’다. 파워리프팅의 최대근력, 역도의 파워, 육상의 스피드, 기계 체조의 협응력…. 서로 다른 영역을 한 데 모아 종합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기구도 다양하다. 아령과 역기 이외에도 케틀벨, 우드링, 샌드백, 타이어, 밧줄…. 특정 부위가 아닌 전신의 운동 능력을 고루 발달시킨다. 크로스핏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소방관이나 군인이 주로 애용할 정도로 거친 운동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상의 특수성 때문이다. 최근에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훈련법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김태성 대표가 ‘스키에르그’ 위에서 스키 타는 동작 운동을 하고 있다. 고양=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았죠. 지금은 82~84kg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냥 유지는 안 되죠. 수업시간 외에 3~5시간 개인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먹는 것도 조심하고요.”

김 대표는 아침에 무조건 5~10km를 달리고 수업이 비는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에 2~3시간 크로스핏 운동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이들 등원시킨 뒤인 오전 10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오후 늦게는 다시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크로스핏으로 몸이 만들어지자 함께 운동하는 회원들이 조언을 구했다. 그래서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자격증을 획득했다. 2020년 1월 크로스핏 코치 자격증, 2021년 11월 운동처방사 1급과 스포츠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 땄다. 지난해 말엔 생활체육역도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그는 “크로스핏에 역도 동작이 많아서 역도지도자 자격증을 땄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람들을 지도하다보니 제가 조금 더 전문적으로 더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확실하게 알아야지만 사람들한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죠. 그래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죠.”

김태성 대표가 역기 옆에 앉아 활짝 웃고 있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뒤 ‘전업주부’를 하면서 크로스핏 지도자가 된 그는 “크로스핏은 짧은 시간안에 몸의 기능을 높여줄 수 있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운동처방사는 사람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운동을 처방해줘야 하기 때문에 운동생리학을 공부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스포츠심리학까지 공부하게 됐다. 김 대표는 크로스핏 코치 자격증을 딴 뒤 처음엔 무료로 지도했다. “제대로 잘 지도해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싶었다”고 했다.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를 검증한 뒤 제대로 지도하고 싶었다고 했다.

“크로스핏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게을리 해 몸이 무너지면 회원들이 저를 믿지 않아요. 시범도 제대로 보여야 하고 그래서 늘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달리기와 크로스핏을 병행했을 때 고도비만자들이나 기초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체력을 급진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고 회원들의 변화를 통해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나와 함께 몸을 만들고 싶은 회원들에게 100일 동안 함께 달리며 운동을 하겠다고 하면 지도해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김 대표를 통해 ‘변신’한 사례가 많다. 110kg이던 30세 남자 회원은 6개월간 38kg을 감량했다. 117kg이던 34세의 남자 회원도 100일간 살 24kg을 뺐다.

다이어트에는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다. 김 대표가 틈틈이 산에 오르는 이유다. 회사를 그만둔 뒤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뜻이 맞는 회원들하고 지난해 124주 산에 올랐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등반도 시작했다. 지금까지 명산 37개봉에 올랐다. 그는 “등산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태성 대표가 45kg짜리 중량 샌드백을 어깨에 메고 주먹을 쥐는 포즈를 취했다. 김 대표는 아이들과 놀아줄 때 어깨에 올려 중심을 잡는 운동을 했다고 했다. 고양=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 대표는 크로스핏이 과격한 운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크로스핏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처럼 그렇게 위험한 운동은 아닙니다. 적응하는데 2주면됩니다. 크로스핏은 건강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게 합니다. 엄청 과격할 것이라 겁을 먹는 분들이 많은데 모든 운동은 본인의 능력에 맞춰 합니다. 다만 본인 능력에 맞추면서도 비교적 높은 강도의 운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운동 효과는 큽니다. 제가 체육관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제가 좀 운동을 좀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이유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사람들한테 좀 더 저렴한 금액으로 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 고양 삼송에 크로스핏 체육관을 지어 1월2일부터 오픈하게 됐다. “인테리어 등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후배들과 함께 직접 공사해서 지었다”고 했다.

“제가 전업주부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체육관은 아이들과 함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딸은 유치원 끝나면 여기 와서 놀이터처럼 놀고 있습니다. 다른 회원들의 아들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학교에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제가 놀이식으로 운동도 시키고 있습니다.”

김태성 대표가 역도 용상 동작 운동을 하고 있다. 이 동작을 일정 시간 계속 반복했다. 고양=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