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국민 절반 “적법한 검찰권 행사” 민주당은 “날조”라며 단일대오로 집단 대응

입력 | 2023-01-14 13:42:00

지지층 결집에 得, 외연 확장엔 치명적 毒, 내년 총선 악재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 10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초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수사가 “검찰의 날조”라며 ‘단일대오’로 대응하고 있지만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검찰 수사가 줄줄이 남아 있다. 향후 수사 상황에 따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자칫 개인 차원을 넘어 민주당 전체의 진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일대오 대응 부득이하다”
이 대표는 1월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조사받고자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있다. 성남시장을 지내던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 원 상당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건축 인허가 및 토지용도 변경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가 청탁 및 대가가 오가는 과정을 인지했거나 관여했는지 등이 공방의 핵심이다. 이 대표는 이날 12시간 동안 조사를 마친 뒤 “어차피 답은 정해져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또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이 많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 30여 명이 집결해 단일대오 논란이 불거졌다. 친문재인(친문)계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에 당이 함께 단일대오로 대응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단일대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친이재명(친명)계 김남국 의원도 다음 날 “(검찰이) 먼지를 묻혀서라도 사건을 만들어내는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대오로 같이 도와주고 뭉쳐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거들었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당내 ‘사법 리스크’ 논란이 재점화되려 하자 이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비이재명(비명)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개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기점으로 ‘단일대오론’은 당내에서 점차 힘을 얻어가는 추세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의원들끼리 만나면 ‘이 대표가 무너지면 본격적으로 각개격파가 시작될 것’이라며 ‘단일대오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몇몇 의원이 불만을 갖고 있지만 그분들을 뺀 나머지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친명계와 상대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계파인 친이낙연(친낙)계로 분류되는 다른 의원도 “이 대표가 실제로 부정을 저질렀는지는 당내 의원들 역시 언론 보도 이상은 모른다”면서도 “결국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 역시 검찰 소환을 기점으로 단일대오 형성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검찰 출석 다음 날인 1월 11일 “작은 차이 때문에 다툼을 넘어 서로 공격하고 죽이려 하고 ‘수박’이라는 소리를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수박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를 비난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수박처럼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표는 이어 “우리 내부에 차이가 있더라도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와의 차이만큼 크겠느냐”고 덧붙였다. 지지층에 당내 다툼보다 대여 투쟁에 신경 써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도층, 이 대표 개인 의혹으로 인지”
민주당의 단일대오 전략은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 사이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적잖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바라보는 지지층의 생각과 비지지층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은 “MZ세대나 중도층의 경우 해당 이슈를 이 대표의 개인 의혹으로 인지하는 만큼 정치 보복이나 야당 탄압으로 사안을 몰고 가기보다 의혹에 명쾌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동향이 관측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인 50.6% 가 ‘적법한 검찰권 행사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그래프 참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당을 겨냥한 표적 수사이므로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43.2%였고 ‘모름/무응답’은 6.1%였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검찰 수사가 문제없다는 응답이 50.5%로 과반을 차지했다.

2024년 4월 총선이 예정된 만큼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대한 중도층의 여론은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데다, 관련 의혹의 스모킹건으로 불리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최근 태국에서 전격 체포된 것 또한 이 대표와 민주당에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배종찬 소장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당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 지지층 결집에는 보탬이 되겠지만 외연 확장에는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73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