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연구 외길 84세 정진석 교수 반려식물 교감 통해 심신 활력 우울감 감소, 치매 예방 효과도 물, 햇빛, 바람 3박자 잘 맞아야
50년 넘게 언론사 연구로 한 길을 걷고 있는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84) 반려식물을 정성껏 돌보다 보면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된다고 한다. 정 교수의 거실 창가에는 아보카도나무 세 그루와 망고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정진석 교수 제공
반려식물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가깝게 두고 키우는 식물을 통해 우울감을 떨칠 수 있으며 공기정화 기능, 실내가습 등 장점이 많아서다. 반려동물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어가고 늙어 사라지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점도 식물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그 관심이 늘어난 이유다.
정진석 교수(84)는 2022년 ‘네 건의 역사 드라마’를 출간했다. 서울 현대고에 마련된 ‘정진석 사료연구실’을 찾은 정 교수. 정진석 교수 제공
●먹고 난 과육에서 싹이 나기 시작
평생 언론사 연구의 외길을 걷고 있는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84)도 반려식물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그의 거실 창가에는 아보카도나무 세 그루와 망고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정 교수는 “3년 전에 아보카도 과육을 먹고 난 뒤 화분에 우연히 묻어두었더니 싹이 나서 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망고는 지난해 9월 과육을 먹은 뒤에 납작하게 생긴 견과(堅果)씨를 쪼개어 그 안에 들어 있는 강낭콩처럼 생긴 속씨를 물 적신 스펀지에 싸서 1주일쯤 뒀더니 싹이 나기 시작해 화분에 심어 기르고 있다. “지극한 정성과 애정으로 돌보다 보면 마음의 위안을 삼게 된다”는 게 정 교수의 얘기다.
서울 서초구에 있던 정진석 교수의 개인 연구실 모습. 관음죽, 난초 같은 반려식물이 창가에 가득하다. 정진석 교수 제공
● 50년 넘는 연구 활동은 현재도 진행형…저서 30권, 공저 9권
정 교수는 1971년 일제강점기 언론인들의 행적을 담은 ‘신문유사(新聞遺事)’를 기자협회보에 연재한 것을 시작으로 반세기 넘도록 한국 언론사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지금까지 저서 30권, 공저 9권이 있고, 수십 년 분량 신문 영인본을 편찬했다. 한말 최초의 신문 한성순보에서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를 거쳐 광복 이후 6.25전쟁 기간의 동아일보, 조선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 지면을 영인했다. 2년 전부터 정 교수는 삼성언론재단( https://youtu.be/C9T-YrXEeQk)과 고려대학교 교육매체실(https://youtu.be/uJokR2dU85A)을 통해 한국 언론과 현대사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30편 제작했다.
이 기간에 두 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21년 12월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한국의 여성기자 백년(나남)’에 이어 2022년 1월에는 대한매일신보 사장 배설의 공판기록 4건과 배설의 옥중기를 완전 복원한 역사적인 내용을 담은 ‘네 건의 역사드라마(소명출판)’를 냈다.
실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반려식물을 키우는 모습. 농촌진흥청 홈페이지
● 식물 치료로 스트레스 감소, 면역력 강화
식물을 이용한 치료는 암이나 만성질환 환자, 노년층에게 스트레스 감소, 면역력 강화 등 효과를 준다고 한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40% 증가한 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내려갔다는 것.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식물 기르기가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 증가를 이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를 합친 플랜티어라는 신조어가 있듯 식물은 집안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미국 텍사스A&M대학 연구에 따르면 식물과 상호 작용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분노 슬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사교 기회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저널에 게재된 2019년 연구논문에서도 75세 전후의 노년층이 매일 정원을 가꾸면 기억력에 중요한 해마와 대뇌피질 영역 기능을 향상시켜 치매 위험을 최대 36%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쓴 임이랑 작가는 과거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거창한 미래 계획보다 지금 이곳에서 작은 공간을 꾸며 소소한 행복과 풍요로움을 느끼려는 이들이 많다 보니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식물을 키울 때 물은 화분 위 겉흙을 만져봐 살짝 부스러질 정도로 말랐을 때 줘야 한다. 백야드 보스 홈페이지
● 물은 겉흙이 살짝 부스러질 정도로 말랐을 때 충분히 줘야
식물을 예쁘고 튼튼하게 키우려면 물, 햇빛, 바람(통풍)의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식물도 사람처럼 적당한 수분섭취가 중요하다. 화분 위 겉흙을 만져봐 살짝 부스러질 정도로 말랐을 때 물을 줘야 한다. 정 교수는 “물은 매일 한두 번 준다. 매일 수시로 들려다 보고 물을 충분히 준다. 화분의 크기에 따라 물을 머금는 시간이 다르고 습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흙이 마르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물을 자주 주는 편이다”고 말했다.
150㎝ 이상의 큰 식물이 아니라면 1년에 한 번 봄이나 가을에 분갈이를 해주면 흙의 통기성이 좋아져 잘 자랄 수 있다. 햇빛은 많이 보여주되 직사광선은 장시간 쬐면 잎의 색이 옅어지고 약해지므로 피해야 한다. 통풍은 공기가 순환하도록 환기를 해야 하는 데 창문을 열기 힘들다면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운영한 반려식물, 공기정화식물 매장 모습. 동아일보 DB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는 실내식물로 ‘천연 공기 청정기’로 불리는 테이블 야자,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키우기 쉬운 개운죽,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우는 제라늄, 피토니아 등을 추천했다. 개운죽은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잘 자라며 물에서도 자라 수경재배가 가능하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의 저자 송한나 씨는 과거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세는 몬스테라, 필로덴드론 등 열대식물”이라며 “꽃이 피고 화려한 식물보다 단조로우면서도 잎이 크고 시원해 보이는 식물이 인기”라고 말했다.
배우 오드리 헵번은 “원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강장제이자 치료법이다. 아주 작은 흙 조각만 있어도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 식물을 존중하기 시작한다면 사람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교감이 있어야 진정한 반려에 도달할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