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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누르고 안철수 달랜 尹… 커지는 당무 개입 리스크

입력 | 2023-01-15 11:03:00

[이종훈의 政說] 나경원 임명 및 압박·전대룰 개정 지지·당권주자 관저 초청으로 논란↑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왼쪽부터). 동아DB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적 이유는 대통령에게 심려를 끼쳐드렸다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저출산 대책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준 것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대표로 출마하려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尹, 안철수 초청한 두 가지 배경

나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14일 임명될 때 이미 유력한 국민의힘 당권주자였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선전했고, 보수정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지지율 1위였다. 당시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으려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줬다”는 분석이 힘을 얻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은 나 전 부위원장을 정리한 뒤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집중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대부분 1위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을 꺾을 의도로 결행한 것이 바로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룰 개편이다. 나 전 부위원장에게 자리를 제공하고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나 전 부위원장에게는 당근을 줬다면 유 전 의원에게는 채찍을 든 셈이다.

나 전 부위원장과 유 전 의원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와중에 윤 대통령은 친윤석열(친윤)계 당권주자인 국민의힘 김기현 전 원내대표를 두 차례나 관저로 초청했다. 지난해 11월 30일 관저에서 3시간가량 만찬하면서 독대를 했고, 12월 17일에는 종교계 인사들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심이 김 전 원내대표에게 있다는 설이 돌았고, 김 전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연합인 이른바 ‘김장연대’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김 전 원내대표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친윤 당권주자인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1월 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당대표를 만들기 위한 내부 교통정리가 거의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남은 사람은 안철수 의원뿐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직접 나섰다. 안 의원을 관저로 불러들이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왜 안 의원을 관저로 초청했을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던 안 의원이다. 집권 초 총리설이 돌았지만 당에서 역할을 찾겠다며 고사하기도 했다. 총리보다는 차기 당대표가 본인의 대권 행보에 유리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역시 안 의원에게는 나 전 부위원장처럼 자리를 주는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안 의원이 나 전 부위원장의 지지층을 흡수해 경선에서 1등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보험을 들기로 했을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 체제 하에서도 당에 영향력을 가지려는 포석이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큰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했을 무렵 나 전 부위원장이 돌변했다. 보수정당 지지층 대상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1위가 나오자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나 전 부위원장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점차 단호하게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더니 출산 시 대출 원금을 일부 탕감해주자는 저출산 대책을 내걸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해당 구상을 전면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나 전 부위원장이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에서 꺼낸 카드에 대통령실이 의도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반대로 나 전 부위원장이 도발을 유도해 사퇴 명분을 확보하려 했을 수도 있다. 다소 거친 방법이기는 하나 나 전 부위원장 입장에서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사퇴 구실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경원 당권 도전 가능성에 불편한 용산

나 전 부위원장이 끝내 당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도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로드맵에 있을까. 최악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키긴 했을 것이다. 마땅한 비상대책까지 마련해뒀는지는 의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보다 더 고위직을 약속하면서 설득하는 방법, 개인적 약점을 찾아내 주저앉히는 방법, 배신자 프레임을 뒤집어씌워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방법 등이 언뜻 떠오른다.

나 전 부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한 당일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윤핵관인 이 의원이 윤 대통령을 대신해 물밑 협상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 전 부위원장은 만남 직후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나 전 부위원장의 선택은 불명확하다. 하지만 차기 전당대회 경선에서 나 전 부위원장이 1위를 차지하고, 유 전 의원 또는 안 의원이 2위로 올라가 결선투표를 치를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의도는 명백해 보인다. 무리해서라도 일단 친윤 당대표를 만들고 보자는 것이다. 문제는 무리를 하는 정도다. 한마디로 과하다. 군사정권 이후 어떤 정부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정도가 특히 그렇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친윤 지도부는 애써 외면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증거는 적잖다. 첫째, 나 전 부위원장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준 것이다. 둘째,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룰 개정에 지지 발언을 한 것도 문제다. 셋째, 유력 당권주자들을 관저로 초청한 것 역시 당무 개입 소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실이 나서 나 전 부위원장에게 강한 압박을 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자잘한 증거도 모아 봤을 때 일관성과 개연성이 나타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73호에 실렸습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