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3.01.11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인권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북한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위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을 지내며 북한인권실태보고서 공개 등을 막은 장본인이라는 이유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 위원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외교부 업무보고 토론자로 나서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높이고 건설적 관여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종북주사파들이 북한 인권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위원의 해당 발언이 뒤늦게 알려진 뒤 북한인권단체들은 “이 위원의 발언은 북한 인권에 대한 기만이나 다름 없다”며 단체 행동도 검토하고 있다. 정작 이 위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남북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북한인권실태보고서 공개, 하나원 탈북자 대상 인권실태조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당초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공개 발간하기로 돼 있던 실태보고서를 비공개로 발간해 2019년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윤여상 NKDB소장은 “북한인권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업무보고에 섰다는 건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우롱이고 대통령에 대한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도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해 문재인 정부에서 방탄막이 역할을 했던 부적격 인사가 어떻게 추천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무보고 전 외교부 내에서도 이 위원이 토론자 명단에 오른 것을 보고 의아해 하는 기류가 감지됐다고 한다. 당초 각 분야별로 대외직명대사들이 현황 발표를 하기로 했다가 나경원 전 기후환경대사의 업무보고 참석이 어려워지자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대신 이 위원이 추천됐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이 위원이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까지 포함시키는) ‘탕평 인사’인가 싶어 의아했다”며 “전 정부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입막음했던 사람을 참여시킨 건 세심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인권단체들의 정치적인 공격”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위원은 “북한인권실태보고서의 공개 여부를 최종결정할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NKDB 측의 실태조사 방해 내지 축소 의혹주장에 대해서도 “NKDB 측의 용역사업은 통일부 북한인권과의 소관이었기 때문에 기록센터 차원에서 중단시킨 게 아니다”라며 “기록센터가 하나원 출입 허용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조사 탈북민 대상 모수가 줄었고 탈북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인권과와 조사방식 관련해 의견 충돌을 빚다가 사업이 중단된 것”이라며 “사업 중단은 기록센터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