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왼쪽 사진)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당권 도전 여부를 고심 중인 나 전 의원은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제원 의원(오른쪽 사진 오른쪽)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뉴시스·뉴스1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친윤’ 그룹 간의 감정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한 이후 친윤계는 연일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 ‘반윤 우두머리’ 등으로 공격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표면적으론 나 전 의원의 ‘출산 대출 탕감’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갈등의 본질은 당권이다.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당대표를 뽑는 3·8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접지 않자 친윤 그룹이 ‘나경원 배제’ 의도를 노골화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지난해 이준석 파동에 이어 또다시 한심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권 내 갈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총선 때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은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 등 공천파동 막장 드라마를 빚은 끝에 총선에서 패배했다. 이 갈등의 근원은 2014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밀었던 서청원 후보가 비박 김무성 후보에게 패한 데서 비롯됐다.
고물가에 이은 경기 침체로 민생경제가 힘들고 북한의 도발 위협 등 안보도 심상찮은 상황이다. 집권당이 어떤 사람을 대표로 뽑아야 대통령을 잘 뒷받침하고 정부를 견인해서 국민을 편안케 해줄 것인지는 궁극적으로 여당 당원들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국민은 지금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과 희망은 온데간데없고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잿밥다툼에만 열심인 듯한 집권세력의 구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