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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플레이션’에 식빵값 5000원 훌쩍… “빵집 가기 겁나요”

입력 | 2023-01-16 03:00:00

밀가루 41% 등 재료값 줄줄이 인상
업주들 “마진 남기려 올릴 수밖에”
호떡-계란빵 ‘1000원 간식’도 옛말
공공요금 인상 등에 가격 더 오를듯




‘빵지순례’ 명소로 꼽히는 전북 군산 이성당은 지난해 12월 인기 제품인 단팥빵과 야채빵의 가격을 각각 200∼300원 올렸다. 지난해 3월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한 뒤 9개월 만에 가격을 또 올린 것. 한 해 같은 제품의 가격을 두 번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 성심당은 새해 1000원짜리 소보로빵을 1300원으로, 소금빵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 무료 배송 주문금액도 기존 3만 원에서 4만 원 이상으로 늘렸다.

글로벌 곡물가 파동으로 촉발된 빵 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밀가루, 식용유 값이 좀처럼 꺾이지 않은 데다 우유, 팥, 달걀 값 연쇄 상승까지 더해져 연초부터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밀 가격 40% 폭등에 식빵부터 길거리 간식까지 직격탄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캔자스시티상품거래소의 밀(소맥) 선물 가격은 t당 평균 355달러로 전년(251달러)보다 41.4% 올랐다. 소맥 가격은 지난해 5월(503달러) 정점을 찍은 뒤 이달 초 310달러 선까지 안정됐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다. 대두, 옥수수의 평균 가격 역시 1년 새 12.4∼19.4% 상승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原糖)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연중 최고인 467달러를 찍었다. 여기에 국내 낙농가와 유업체 간 원유(原乳) 가격을 L당 49원 올리면서 우유, 버터, 치즈 등 각종 유제품 가격도 10% 안팎으로 올랐다.

이처럼 주재료 값이 줄줄이 뛰며 식사 대용으로 즐기는 식빵 값도 5000원에 육박하게 됐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주부 김모 씨(38)는 지난주 단골 제과점의 우유식빵 가격이 4500원에서 5500원으로 오른 걸 보고 발길을 돌렸다. 서울에서 개인제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강력분 20kg 공급가가 작년 초 2만6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50% 올랐고 설탕, 버터 값도 20∼30% 올라 마진을 남기려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폴레옹과자점 등 유명 제과점의 프리미엄 식빵은 1만 원을 넘겼다.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저렴하게 즐기던 길거리 간식빵도 사라지고 있다. 호떡은 장당 1500∼2000원, 계란빵은 개당 2000∼2500원으로 뛰었다. 붕어빵도 3개 2000원으로 올랐다. 팔의 경우 정부가 조합 등에 공급하는 직배 가격 기준 지난해 11월 kg당 2200원에서 3000원으로 36% 뛰었다. 제과제빵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엔 수요 대비 물량이 모자라 kg당 공매가가 3500원까지 뛰었다. 그나마 직배 수급을 못 받는 비조합 영세상인들은 2배 더 비싸게 사고 있다”고 말했다.
○ 공공요금 인상까지 더해져 빵플레이션 심화 우려
문제는 이 같은 빵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물 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6개월가량 시차가 있기 때문에 지난해 5∼6월 정점을 찍은 밀, 대두, 옥수수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올해부터다. 공공요금 인상도 부담이다. 제빵 과정에서는 오븐 사용이 필수적인데 1분기(1∼3월) 전기료가 9.5% 오르는 데다 가스료 인상도 예고돼 있다. 최저임금 5%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다.

중소 제빵업체발 도미노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기업이나 식자재 공급업체에 납품하는 중소 제빵업체들은 연간 단위로 계약한 탓에 지난해 원료 인상분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 한 중소 제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원료비 조정을 못 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넘게 줄었다”며 “올해 빵 납품가격을 최소 15%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