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사건 피해자 아버지 NYT에 기고
“노숙자 주거 및 치료 문제 근본적 예방 필요”
뉴욕 지하철 전경. 뉴욕=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미셸의 아버지 저스틴 고 씨는 딸의 사망 1주기를 맞아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면에 ‘저는 미셸 고의 아버지입니다. 딸이 살았던 곳에서 딸의 죽음을 기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달리는 열차로 미셸을 밀어버린 사이먼(61)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였다. 중국계 미국인 미셸의 죽음 한 달 뒤,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티나 유나 리 씨(35)가 뉴욕 맨해튼 자택까지 따라 들어온 노숙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둘 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 혐오 범죄와 정신질환 노숙자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아버지에 따르면 미셸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시티뱅크와 바클레이스를 거쳐 사건 당시 딜로이트의 수석 매니저였다. 또 저소득 여성과 아동을 위한 비영리 교육단체인 뉴욕주니어리그(NYJL)에서 10년 넘게 봉사한 활동가이기도 했다.
미셸의 아버지는 “만약 딸이 코로나19나 암으로 사망했다면 그래도 슬픔을 극복하긴 힘들었겠지만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지하철 앞에서 밀려 살해됐다는 것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적었다. “그것은 자신의 최선을 타인과 나눠 온 여성에게 맞는 결말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미셸을 민 노숙자 사이먼은 13살에 아이티에서 온 이민자로 알려졌다. 택시운전과 주차장 매니저로 일하다 30대에 정신분열 증세가 시작됐다. 20여 차례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노숙자가 됐다. 그는 범행 후 정신질환으로 인해 재판 불능 판정을 받고 정신질환치료 시설에 보내진 상태다.
사이먼이 이미 그 일대에서 알려진 정신질환자였는데도 강제 입원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한 논란이 일자 최근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중증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조치령을 내린 상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