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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곳곳서 ‘망 대가 의무화’ 논의 활발…韓이 쏘아올린 작은공

입력 | 2023-01-16 15:21:00


최근 글로벌 곳곳에서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촉발된 화두다. 이같은 글로벌 기류가 현재 답보 상태에 빠진 국내 논의를 다시 살려내는 불씨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미국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을 비롯해 EU 내 통신사에게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가 망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연결 인프라 법안’ 입법을 위한 수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EC는 약 12주간에 걸쳐 법안 초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초안이 마련되면 EU는 회원국과 의회 등의 논의를 거쳐 법제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는 회원사 CEO 성명을 내고 “유럽이 디지털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지 않도록 트래픽을 유발하는 기업들도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프라를 이용하는 빅테크가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3개국은 EC에 빅테크가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3국이 지목한 빅테크는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6개 미국 기업이다. 6개 기업의 유럽 내 데이터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준이다.

오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2023에서도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MWC23 개막날 첫 키노트 주제로 ‘공정한 미래를 위한 비전(Vision of a Fair Future)’을 선정했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망 투자 분담에 대한 필요성이 다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월 MWC2022 이사회는 넷플릭스, 구글과 같은 빅테크 콘텐츠 업체가 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승인하기도 했다. GSMA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220여 개국 800여 개 통신사업자로 구성돼 있다. 성명서도 냈다. 데이터 전송량이 많은 콘텐츠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 속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대한 올바른 대가가 마련되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종전과 달리 망값 논의가 사그러든 모양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법적 분쟁으로 시작된 논의는 국회의 공감대를 샀고, 정당한 망 이용대가 지불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7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구글 유튜브가 반대에 나서면서 제동이 걸렸다. 유튜브가 높은 이용률을 앞세워 반대 서명에 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독려하고 나선 것. 구글이 나서자 이용자를 중심으로 망 이용대가 법안에 부정적 인식이 확대 됐고 이는 결국 국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당 법안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의원들간 입장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이같은 기류는 확연히 드러났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올 초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2023 방문 이후 구글 본사를 방문해 망 이용대가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의 여론전 이후 국회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의가 완전히 멈춘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시작됐지만 이젠 글로벌의 움직임이 이젠 반대로 불씨를 다시 지피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