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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가벼울 순 없죠, 굿럭 [바이브랜드]

입력 | 2023-01-17 17:00:00


'호모 모투스(Homo Motus)'는 '이동하는 인간'으로 여행과 운동·문화 생활 등 역동적인 일상을 추구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여행 시 호모 모투스의 발목을 잡는 게 있다면 바로 짐일 겁니다. 굿럭컴퍼니(이하 '굿럭')는 여행이 자유롭도록 짐 이동·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계 약 250개 도시에서 활약 중이죠. 굿럭의 성공 포인트는 불편을 편의로 이끈 디테일을 하나씩 모아 엮은 차별화된 서비스 브랜딩이었습니다.
K-문화라는 엑셀러레이터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_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9년 6월, 영국에서 열린 BTS 콘서트는 굿럭을 많은 이에게 공표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당일 오후 관람을 위해 공연장을 방문한 팬들은 ‘Bag to be no longer than A4’라는 안내문을 발견했죠. 테러 위험을 방지하고자 A4 크기 이상의 짐은 반입할 수 없다는 지침에 팬들은 혼란에 휩싸입니다.

곧바로 짐을 보관할 장소를 찾던 중 굿럭을 발견하게 됩니다. 굿럭 직원은 오픈카톡 상담을 통해 공연장 인근에 위치한 보관소 중 이용 가능한 곳들을 추려 팬들에게 전달했고 이틀간 50여 명의 짐 보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한국 신생기업의 글로벌 활약은 투트랙(틈새시장 공략, 발 빠른 협력업체 컨택)을 가동했기 때문입니다. 굿럭 윤소희 대표는 메이저 카드사들의 글로벌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진행한 FGI(집단심층면접)를 통해 여행 짐 사업의 가치를 발견했습니다. 1박의 국내 여행이라도 작은 짐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 짐의 환경이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해외라면 더욱 불편함을 느끼겠죠?

굿럭 윤소희 대표_출처 : 굿럭컴퍼니


시장 조사 중 해외 여행지에서 산발적으로 운영되는 타 운송 플랫폼의 각기 다른 언어와 체제로 인한 불편한 서비스에 주목합니다. 플랫폼 구축을 위해 방콕과 오사카 등 아시아 짐 배송 업체와 유럽의 짐 보관 스타트업, 미국의 짐 배송 업체와 협상한 뒤 서비스를 연결하죠.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목적지와 도착시간, 숙박업소와 같은 기본 사항을 입력하면 공항에 상주하는 현지 제휴사 직원이 짐을 찾아 호텔까지 배달해주는 방식입니다. 국가별로 상이한 물가와 인건비로 인해 가격은 다르지만 서비스 프로세스는 최대한 표준화하고 있습니다.


호텔-공항 간 캐리어 당일배송은 방콕 기준 1만 6500원(캐리어 22인치 이하), 1만 9500 원(22인치 초과)이며 실시간 짐 보관의 경우 1일 평균 8천 원대로 가격이 책정됐습니다. 집에서 부산과 제주 등의 호텔로 짐을 보내는 경우엔 편도 기준 2만 9700 원(22인치 이하), 3만 5200 원(22인치 초과)입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죠.

호텔-공항 간 캐리어 당일 배송이 가능한 국가들_출처 : 굿럭컴퍼니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 매출 4억 달성을 목전에 두던 2020년 모든 노력은 ‘0’이라는 수치로 몰락합니다. 바로 팬데믹 때문이었죠. 하늘길이 닫히자 매출은 급감했고 비즈니스 방향을 해외여행 시 필요한 콘텐츠 개발로 돌리려는 고민까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 사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에 쉽게 접을 수 없었다고 하네요. 선택과 집중, 그것도 독한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굿럭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배송·보관 단계를 정교화하고 시스템 안정화에 집중합니다. 유럽에서 운영하고 싶던 서비스를 먼저 국내에서 시도해보며 노하우를 쌓는 시간으로도 활용했습니다. 또한 엔젤 투자자들의 지원으로 사업 종료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됩니다.

GS25에서 이용 가능한 짐 보관 서비스_출처 : 굿럭컴퍼니


굿럭에게 각국의 협력 업체는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자 네트워크입니다. 특히 나라별로 사업을 운영할 때 필요한 관련법 규정과 배송사 컨택을 위해서도 협업은 필요 역량 1순위로 떠오릅니다. 창업 초창기 글로벌 짐 보관 업체 스태셔와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방한하는 외국인을 위한 짐 보관 서비스를 론칭했는데요. 이들이 보관소로 선택한 장소는 GS25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편의점이라는 이유로 해당 장소를 선택했죠.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익숙한 장소이며 1만 4천여 개 지점을 보유해 높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에 주목했죠.
빠짐없이 자유롭게

배리어프리 서비스 시연하는 굿럭 스태프_출처 :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입국 규제가 전면 해제된 이후 10월과 11월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20%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주춤했던 여행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코로나 이후 굿럭의 이용자 연령층은 다양해졌고 LCC 항공을 이용한 여행에서 도시 간 이동이 잦아지는 등 행태도 변했죠. 굿럭은 그간 해외 도시를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력과 시스템을 구축하며 이용 범위와 종류를 다양화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꾸준히 자체 R&D에 힘쓴 결과죠. 최근엔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교통 약자는 연간 약 230만 명에 이릅니다. 그들에겐 짐의 무게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요. 굿럭은 인천 공항에서 체크인한 짐을 두바이 공항에서 굿럭 스태프가 대신 찾아 호텔까지 배송해주는 ‘짐 찾기 SKIP 서비스’를 두바이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편리함을 인천 공항에도 제공하고 싶던 윤 대표는 관세청-산업통상자원부의 실증 특례를 받게 되는데요.

배리어프리 서비스 시연하는 굿럭 스태프_출처 : 인천국제공항공사


현행법상 모든 여행자의 수하물은 본인 혹은 동행자가 직접 운반하는 것이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일부 항공사가 장애인 승객에게 짐 대리 운반을 허용했습니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 특례 시범 사업자로 선정된 굿럭은 세관 통관 절차를 마친 교통 약자를 대신해 수하물을 수취·운반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증진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입니다.

굿럭은 여행의 특성을 반영해 365일 24시간 상담을 운영합니다. 사업 론칭 때부터 고수하던 원칙입니다. 낯선 현지에서 발생하는 긴급상황은 여행자를 곤혹스럽게 만들어 즉각적인 상담 대응은 어느 때보다 필요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동안 유입된 CS를 분석한 결과 평일 오후 6시~새벽 시간대와 주말 문의 건수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고객의 심리적인 짐까지 덜어주려는 굿럭의 세심함이 고객과 맞닿은 거죠.
신(新)바람나는 여행

출처 : 굿럭컴퍼니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행태로 자리 잡은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이 여행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IT 기반의 여행 딜리버리 서비스는 불편함에서 해방해줄 대안으로 떠올랐는데요. 굿럭과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수하물 운송 업체 중 하나인 J사도 수하물 이동 사업에 나섭니다. 이 업체는 국토교통부 국내선 위탁 수하물 대리 수령과 서비스 시범 시업 운영자로 선정, 짐을 콘텐츠로 한 비즈니스의 가능성은 점차 안팎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굿럭의 시선은 세계로 향해있습니다. 이에 굿럭은 표준화에 앞장서고 있죠. 제한적인 현지 배송 인력과 인프라에 자사만의 배송 프로세스 기술력을 입혀 짐 이동 서비스를 선도할 계획입니다. 제공하는 프로세스 자체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출처 : 굿럭컴퍼니


올해에는 미국과 유럽 등 30개 도시를 개척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짐 보관과 배송을 결합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순 공간 공유가 딜리버리를 만나 모빌리티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굿럭 또한 배송사의 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보이며 ESG 실천에 관심을 보이고 있죠.

윤 대표는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까지 글로벌한 시각을 보유했는지 확인합니다. 전 세계 여행 트렌드에 빠르게 대처하고 해외의 혁신적인 사례를 ‘까다로운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재창조해 역으로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 꿈을 꾸는 이유 때문이죠. 여행의 추세는 단체가 주를 이루던 데서 초개인 맞춤형으로 초점이 바뀌고 있습니다. 굿럭은 여행지에서 겪을 설렘이 긴장이 아닌 기분 좋은 떨림으로 이어지도록 행운을 가져다줄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인터비즈 강인경 기자 str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