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쌍방울그룹과 함께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전 직원이 쌍방울의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에게서 받은 후원금을 외화로 바꿔 북한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16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국회의원(수감 중)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아태협 전 본부장 A 씨가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말했다. A 씨는 2018년 아태협이 주최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기획을 위해 처음 안부수 아태협 회장(수감 중)과 일을 하기 시작했고, 2019년 10월부터 약 9개월 동안은 아태협 직원으로 근무하며 대북 사업 실무 전반을 맡았다.
이날 A 씨는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안 회장의 지시를 받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송명철 부실장에게 돈을 전달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 3억 원 상당을 환치기해 180만 위안으로 바꿔 전달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안 회장이 1억 원(짜리) 수표 3장을 줬고, 달러도 14만5000불정도 있었다”며 “당시에는 그 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 몰랐고, 나중에 김 전 회장에게 후원받은 돈 중 일부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과 안 회장은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남북경제협력 사업비용 50억 원을 대신 내달라”는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돈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쌍방울 임직원들은 2019년 1월과 11월 책과 화장품 케이스 등에 수천만~수억 원 상당의 달러화를 숨겨 출국한 뒤 중국 공항에서 기다리던 방모 부회장(수감 중)에게 전달하는 등 방식으로 총 450만 달러(약 55억 7000만 원)의 외화를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 돈으로 북한에 돈을 보낸 적은 있다. 회삿돈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대북 송금 혐의를 일부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은 A 씨에게 “안 회장이 경기도 보조금을 횡령해 나노스 주식을 매수한 게 맞느냐”, “쌍방울이 나노스 주가를 부양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고도 물었다. A 씨는 이에 대해 모두 “맞다”고 답했다.
A 씨는 이밖에도 대북 지원 사업 경험이 없었던 아태협이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된 점과, 선정 보름 만에 경기도로부터 대북 지원 명목으로 15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점에 대해서도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