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 과정서 형사사건으로 번지기도… 직접 해결 말고 관리사무소 중재 요청
올해부터 소음 피해 인정범위 커져
노후 공동주택 대상 완화 기준 강화
쿵쿵 걷다 이웃에 배상책임 질 수도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2월 2일, 설 연휴 마지막 날 서울 은평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웃 간 갈등 상황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했다. 위층에 사는 주민이 아래층 소음에 항의하자 아래층에 살던 남성이 식칼을 들고 나와 “자꾸 찾아오지 말라”고 협박한 것. 두 집은 평소에도 층간소음 때문에 종종 다퉜는데, 설 연휴 기간 다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소음이 늘어 사건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즐거워야 할 설 연휴를 앞두고 일부에서는 층간소음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폭행으로 번졌고, 2013년에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 사건까지 벌어졌다. 설이나 추석 연휴는 오랜만에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웃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실내화-매트 준비하고 이웃에 양해 구해야”
한국환경공단이 집계한 2018∼2019년 층간소음 전화상담 신청 건수에 따르면 겨울(32%), 봄(25%), 가을(24%), 여름(19%) 순으로 신고 건수가 많았다. 날이 춥고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에 층간소음 신고 전화도 가장 많이 몰리는 것.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걷거나 뛸 때 발생하는 소음이 1위로 꼽혔다. 한국환경공단이 2012∼2020년 접수된 층간소음 발생 사례 60만61건을 분석한 결과, 총 접수 사건의 67.6%가 ‘뛰거나 걷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외에는 망치질 소음(4.3%), 가구를 끌거나 찍는 소음(3.7%), TV 등 가전제품 소음(2.8%)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집 안에서 실내화를 신거나, 많은 가족들이 모이기 전에 바닥에 매트를 깔면 층간소음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밑창 두께 1∼3㎝의 실내화를 신거나, 두께 1.5∼4㎝ 정도의 매트를 깔 경우 소음을 약 3∼6dB(데시벨)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이 예상될 때 미리 이웃집을 방문해 인사하며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가소음정보센터 홈페이지(www.noiseinfo.co.kr)를 통해 온라인 상담도 신청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층간소음 갈등이 벌어졌다면 언성을 높이기보다는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칫 이웃을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지면 형사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서울 용산구에서는 한 남성이 위층에 사는 여성에게 여러 차례 인터폰을 걸어 층간소음을 항의했다가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례도 있다.
● 층간소음 기준 강화… 피해 배상해야 할 수도
개정안에 따르면 ‘걷거나 뛰는 동작’ 등으로 인한 직접 충격 소음 중 1분간 등가 소음도 기준이 낮(주간)에는 43dB에서 39dB로, 밤(야간)에는 38dB에서 34dB로 강화됐다. 1분 등가 소음도는 ‘소음이 가장 큰 1분간의 평균 소음’을 뜻한다. 보통 공동주택에서 아이가 뛸 때에는 43dB, 의자를 끌 때는 40dB, 공놀이를 할 때는 39dB 수준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층간소음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전처럼 ‘쿵쿵’거리며 걷거나 소음을 유발했다가는 이웃에게 배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커졌다. 만약 층간소음 피해자라면 층간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된 뒤에도 소음발생 행위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국토부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통해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