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동조합이 최근 공지된 사측의 ‘전사 재택근무’ 해제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노조는 “직원들의 불만은 ‘사무실 출근 재개’가 아니라 일방적이고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과 그에 따른 근무환경의 불확실성”이라고 꼬집었다. 근무제 문제를 비롯해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잡음들의 근본 원인은 리더십 부재로 인한 불안한 조직 환경, 이로 인한 노사 간 신뢰 부족 등이라는 게 카카오 노조의 입장이다.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은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책임과약속 2023’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으로 근무환경 불안 커져…“노조 가입 증가, ‘출근’보다는 ‘無원칙’ 불만 영향”
지난 2021년 11월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를 CXO레벨 조직단위로 선택하게 하는 ‘유연근무제 2.0’를 이듬해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내 반대 의견이 강해지자 이를 철회하고 2022년 5월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해 2023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그 과정에서 경영진 변경 등으로 또다시 판교아지트를 중심으로 한 ‘파일럿 근무제’가 발표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카카오 ON 근무제’가 발표되며 기존의 상시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오피스 퍼스트로 회귀하는 근무제를 적용했다.
이를 두고 카카오노조는 불과 1년여 만에 근무제 방식과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성이 계속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6개월 전만 해도 사측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근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인정했는데, 최근에는 또 오피스를 중심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이런 잦은 의사결정 변경이 저희로서는 무리하게 다가오고 있다”며 “이번 근무제 변경도 1월부터 적용되는 사안이 있는데도 12월27일에 발표되면서 굉장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원칙없는 근무제 변경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서 지회장은 최근 재택근무제 복귀를 요구하며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이 증가했다는 관측에 대해 “재택근무제 중단이 노조 가입 증가 요인 중 하나일 수는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는 재택근무 자체보다도 근무제의 잦은 변경, 불확실한 조직 방향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 측은 공동체 내에서 단기간 내에 수차례의 인수합병이 반복되고, 직원 1명이 1년 내 10여차례 보직을 옮기는 등 과도한 조직개편이 단행되는 등 불안정한 근무환경이 능률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카카오의 문화였던 공개 토론, 타운홀 미팅(오픈톡)수는 크게 줄어들고 직원들의 직접 문의 글에도 회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소통 부재가 심해지고 있다는 질타도 나왔다.
노조는 이번 근무제 변경 사례도 충분한 노사 협의를 거쳤다는 사측의 설명과 달리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최종안이 공유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카카오 공동체 내 리더십의 부재가 이같은 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CEO(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이나 역량 검증 절차도 명확하지 않고, 최근 CEO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뀌다 보니 조직이 정책적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실한 규정 확립으로 근무 안정성 높여야…김범수·대주주 등과 공개 대화 희망”
이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노조는 ▲근무제도 안정화 ▲대규모 조직개편 리스크 감소 ▲공동체 내 법인 간 통합 교섭 확대 ▲임원 책임 및 권한 명확화를 통한 리더십 재정립 ▲공동체 통합논의기구 설치 등을 꼽았다.
재택근무 문제와 관련해 노조는 사무실 근무-재택근무의 효율성 차이 등을 분석하는 별도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는 3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내부 이동 조치를 규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조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 대기업은 내부이동제도가 분명히 명시돼있으나 카카오는 별도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 노조는 관련 규정이 없어 그간 조직개편이 이벤트성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만큼 확실한 규정을 확립해 임직원들의 충분한 업무전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현재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사측과 교섭을 진행 중이지 않은 곳들까지 교섭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리더십 재정립을 위해서는 임원 선임 및 역량 평가 프로세스를 올해 중 제도화해 임원의 책임 소재와 권한을 명확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근무제 문제와 같이 카카오뿐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서 함께 논의되는 문제들이 많아지는 만큼 공동체 차원에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통합기구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설립한 컨트롤타워 기구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와 김범수 창업자와의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 공동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 지회장은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도, 대주주들도 노조 측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한 적이 없다”며 “공동체 전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수차례 했지만 여전히 공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CAC, 김범수 센터장, 대주주 등에 공개적인 협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노조는 노동조합법상 과반 노조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반 노조로 인정될 경우 카카오노조는 회사 노동자들을 대신해 사측과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아직 근로기준법상 과반 노조 달성 여부의 확인이 필요한 만큼 당장의 권한 행사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4000명, 카카오 본사 조합원 수는 19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