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8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장사 준비하는 상인들 모습.2023.1.17/뉴스1
설 연휴를 나흘 앞둔 1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 상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명절 선물박스를 나르는데 여념이 없었다. 영하 8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다가오는 명절 대목을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오전 9시가 넘어가자 수레를 끌고 나온 손님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손님 대부분은 채소·과일 가게 앞에서 가격을 물어보며 상품을 들었다 놨다 반복했다. 주부들은 비싼 가격에 망설이면서도 음식 장만에 필요하다며 어쩔 수 없이 재료를 담았다.
쪽파를 사고도 제값에 샀는지 궁금하던 주부 B씨는 굳이 다른 가게에 들러 쪽파 가격을 물어보고는 “이 집은 8000원대인데 저는 9000원에 샀다”며 속상해했다.
가죽장갑을 끼고 꽉 찬 수레를 끌던 60대 주부 C씨는 “채소가 싼 건 싸졌는데 비싼 건 엄청 비싸다”며 “주먹 두 개만 한 단호박이 하나에 만원이라고 해 여기저기 둘러보고 비교해 사려고 한다”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 장 보러 나온 사람들 . 2023.1.17/뉴스1
장씨는 “차례나 제사 때 고기까지 합해 50만원대로 장을 봤는데 이제는 그 돈으로 어림없다”며 “이번에는 음식 가짓수를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할인해도 덥석 안사…“장사할 맛 안난다”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 걸린 설 명절 세일 현수막.2023.1.17/뉴스1
배를 파는 한 상인은 “전에는 회사나 업체에서 100상자씩 대량 주문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그런 주문이 한 건도 없다”면서 “장사할 맛이 안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동 도매시장의 한 상인은 “설 명절에 차례 지내는 문화가 많이 사라져 음식 준비에 큰 공을 안드리니까 대목이 거의 없어졌다”며 고개를 저었다.
온오프라인으로 수입 과일을 파는 재래시장의 한 상인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집 앞까지 가져다 주니까 시장을 찾아올 이유가 없다”며 “직접 보고 사야 하는 습관이 남아 있는 분이나 전통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