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성년의날이었던 이달 9일, 20세로 성년이 된 일본 여성이 일본 요코하마시의 성년식 행사장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 뉴시스
17일 오후 일본 도쿄의 사무실 밀집 지역인 신바시. 전철역 앞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턱에 걸치거나 코를 내놓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지만, 마스크를 아예 벗고 다니는 사람은 10명에 1, 2명 정도다. 30대 회사원은 “마스크를 안 쓰면 뭔가 어색하고 이상해 습관처럼 쓴다. 사람들에게 맨얼굴을 내보인 기억이 최근에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처음 확인된 지 16일로 꼭 3년을 맞았다. 한국처럼 일본도 이미 지난해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며 감염자가 늘어도 입국 검역을 강화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좀처럼 벗지 않고 있다. 마스크 의무화 조치도 없고 정부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좋다고 독려하고 있지만 마스크를 벗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달 1일 일본 도쿄의 유명 관광지 아사쿠사에서 젊은 남녀가 마스크를 쓴 채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일부 회사들은 이른바 ‘마스크 벗기 선언’에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 시부야의 정보기술(IT) 대기업인 GMO 인터넷 그룹은 지난해 9월 ‘탈(脫) 마스크 선언’을 한 뒤 칸막이가 있다는 전제하에 마스크 착용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꿨다. 구마가이 마사토시 GMP 인터넷 그룹 대표는 “마스크를 쓰면 표정을 읽거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워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사내 활력도 저하된다. 이런 식으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 국회는 23일 소집되는 정기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본회의 연단에 설 때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단상과 의석 사이가 5m 이상 떨어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주 유럽, 북미 순방을 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 등 주요 각료들도 정례 기자회견을 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본 국민은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정부가 과도한 마스크 착용을 삼가라고 호소하고 기시다 총리도 마스크 없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널리 전파되지 않고있다”라고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