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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IT=스마트팜] 2. 스마트팜과 사물인터넷은 어떻게 연결되나

입력 | 2023-01-17 17:13:00


스마트팜 (smart farm): 농림축수산물의 생산 및 가공, 유통 단계에서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지능화 농업 시스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IT기술을 통해 농작물, 가축 및 수산물 등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 관리하고,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원격 자동 관리할 수 있어 생산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일 수 있다. (네이버 용어사전)


2년 전쯤 박사학위 논문을 같이 쓰는 한 형님과 친해지게 됐다. 그 형님과 집이 같은 방향이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자기 회사에서 제품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그 관련해서 아주 고민되는 게 하나 있단다. 들어보니, 내가 아는 오픈소스 기술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어서, 논문 작성을 뒤로하고 둘이 일요일마다 만나 실험, 정리하면서 제품을 하나 만들어 냈다.

일명 '사물인터넷 기반의 소방용 GAS 용량 체커'라 불렀다. 공장마다 놓인 소화용 대형 소화기의 충전가스가 찔끔찔끔 세어 없어진단다. 이걸 관리자들이 모르고 있으면 벌금을 내기도 하는데, 이를 메시지와 앱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잔재주로 만든 사물인터넷 기반의 소방용 GAS 용량 체커. 이런 잔재주가 누구에게는 엄청난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우리의 스마트팜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멋진 제품이 될지 모른다. 그런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이라는 개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떤 장치가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받거나 제어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IoT)이다. 이런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팜 기술의 기본이 된다. 스마트팜을 구성하는 센서 시스템, 구동 시스템 등은 무선기술과 인터넷을 기본으로 통신하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개념 정도는 알아야 한다.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게 뭔지, 스마트팜에서 참고할 좋은 자료가 뭔지 정도는 찾아보는 게 좋다. 그동안 몰랐다면, 상식이 되는 지식수준 정도로 알아보자.

사물인터넷의 사례

사물인터넷은 컴퓨팅 능력이 있는 기기(사물)가 인터넷에 연결된 통신을 기본으로 한다. 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전달하거나 제어신호를 전달하므로,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해당 위치의 정보를 알 수 있다.

LG전자의 사물인터넷 제품 (출처=LG전자)



사물인터넷의 대표적인 적용 분야는 스마트홈이다. CCTV를 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거나, 추운 겨울에 집 보일러를 원격으로 미리 작동한다거나, 집안 온도와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조명을 제어하는 등 집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확인,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집이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는 이런 기능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어, 외부에서 내 집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도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충돌을 방지하고, 가려는 목적지까지 경로를 미리 계획해준다. 차에 내장된 내비게이션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통해 막히는 경로를 피해 좀더 빠른 경로를 안내한다. 또한 블랙박스는 주차한 차에 누군가 침입하거나 외부충격이 감지되면 바로 차주에게 신호를 보내준다.

몇 년 전 의료계에 큰 이슈가 된 원격진료도 사물인터넷 기술이 가져온 혜택 중 하나다. 산간벽지나 도서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이 병원에 자주 갈 수 없을 때, 당뇨 등 주기적인 체크가 필요한 건강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늘 받아볼 수 있는 장치가 그러하다.

로봇 등을 이용한 스마트 수술도구도 있다.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은 저명한 의사들이 직접 가기가 어려운데, 5G 같은 고도의 통신 인프라를 통해 수술을 실시간으로 집도할 수 있는 도구가 많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위의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물인터넷은 어디서든 접근이 가능하도록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연산 능력, 즉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블루투스로 1:1 연결되는 기기를 사물인터넷이라 말하는 이도 있는데, 엄밀하게 그런 장치는 사물인터넷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이후로 잘 다듬으면 사물인터넷으로 들어올 순 있으니 뭐라 하지는 말자.

스마트팜의 사례

스마트팜 사례 중에는 일반 상업용도 있지만, 재미있는 사례도 몇 개 있어 소개해 본다. 우리가 하려는 것이 나만의 멋진 스마트팜이니, 다른 이들의 멋지고 유용한 아이디어라면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은 공부다.

정부는 스마트팜을 크게 3가지로 적용분야를 구분하고 있다. 일반 비닐하우스와 같은 재배사에 적용하는 '스마트온실', 상대적으로 넓은 생육환경이 필요한 '스마트 과수원', 움직이는 가축 등에 적용하는 '스마트 축사'가 그것이다. 분야를 나눴지만 근간 기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농장 자동화 시스템을 보면, 안정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전기 부품으로 일명 '시퀀스 제어'라는 방식을 활용했다. 타이머나 온도 센서 등을 통해 릴레이라는 전기 스위치 부품을 활용하여 센서에 의해 적절히 반응하거나, 적당한 시간지연을 두어 확실하게 동작할 수 있는 회로 구성을 적용하고 있다. 제어 대상은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물인 관수제어, 비닐하우스 천정과 벽을 열고 닫아 빛과 온도를 조절하는 차양막 제어, 장비들을 직접 온오프하는 펌프, 보일러 등이다.

실제 농장에 적용된 스마트팜 시스템 사례 (출처=장선연)



아주 폼나는 첨단 시설일 것 같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확실히 동작하도록 보장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튼튼한 케이스, 전기적으로 안정된 부품, 노이즈에 강한 전기회로, 많은 전기를 흘릴 수 있는 배선 등 제어도 제어지만 안정적인 동작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만약 눈이 오는데 열어둔 비닐하우스 차양막을 닫지 못했다거나, 1시간만 물을 주고 멈춰야 하는데 그 이상 물을 주게 동작했다면 그동안 정성들여 키운 농작물이 한순간에 끝장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밭에 씨를 심고 물을 주는 로봇도 개발됐다. 멋진 로봇의 모습보다는 일종의 자동화된 밭으로 이해하는 게 맞겠다. 정확한 위치에 씨를 심고, 시간이 되면 정확한 위치에 소량을 물을 적정하게 주는 점적식 급수를 한다. 이는 CNC라는 컴퓨터 조각기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은 농장이다.

작은 밭을 가꾸는 팜봇(Farmbot / 출처=팜봇 홈페이지)



농업뿐 아니라 축산분야에도 스마트팜이 필요하다. 돼지나 소가 잘 움직이는지, 열은 나지 않는지를 분간하는 게 동물 사육에서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축이 잘 움직이지 않으면 어디가 아픈 것이고, 열이 나면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나 광우병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이는 일손이 부족한 축산업자에게 상당히 중요한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

"진드기 때문에 가려워요", 닭의 괴로움을 말로 전달하는 인공지능

최근 인공지능(AI)이 각광을 받으면서, 작은 아두이노 보드에 AI를 넣을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TinyML(Tiny Machine Learning)'이라는 것인데,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일반적으로 AI는 고성능 컴퓨터에서 돌아가거나 고가의 스마트폰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TinyML은 일정 학습 후 처리하는 초기 판단 정도는 작은 기기 하나로도 가능하다(이를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라 한다).

TinyML이 적용된 '진드기 때문에 가려워요' 시스템 (출처=네이처 사이언티픽리포트 저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농학연구팀은 TinyML을 이용해 '진드기 때문에 가려워요'라는 닭의 행동언어를 인간 언어로 바꿔주는 장치를 만들었다. (네이처 사이언티픽리포트 저널,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0-65021-0 참고)

일반적으로 닭이 파닥거리거나 털고르기와 모래목욕을 하는 걸 그저 당연한 닭의 행동패턴이라 여긴다. 진드기 때문에 가려워 닭이 괴로워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농학연구팀이 센서를 붙여 이를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학습시킨 후, 어떠한 일정 패턴의 행동을 하면 "가려워요!!"라고 대신 말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약 5달러짜리 컴퓨터에 이런 기능을 넣어 동물 복지에 신경 쓴다는 게 얼마나 가성비 높고 기발한 발상인가?

물론 지금 당장 이런 걸 만들기에는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전기 관련 지식도 있어야 하고, 코딩(프로그래밍)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기구에 아이디어를 더할 센스도 갖춰야 한다. 특히, 우리가 알아야 할 아두이노를 정말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에는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관련 교육이 포함돼 있다.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 내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다. 아두이노나 전자회로 다루는 법, 외형 설계 시 사용하는 캐드 사용법 등, 알아두면 아주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잘 가르쳐준다. 그저 따라 하는 것도 괜찮지만, 자신이 만들 멋진 스마트팜을 위해서는 나름의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무료 교육을 수강해 보라. 접해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장선연

신기하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걸 좋아해서, 대학원 석사과정 때 연구실 창업을 했다가 결국 자퇴해고 현재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원생 대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작은 메이커 스페이스도 운영 중이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