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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민망했던 변협회장 선거…소송전문가들의 이전투구

입력 | 2023-01-17 21:30:00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선 김영훈 후보와 안병희 후보는 선거 1주일을 앞두고 불법 설문조사를 했느니 마느니 고소고발전을 벌였다. 양측은 이미 2년 전 변협 회장 선거 투표 당시의 폭행 사건까지 끌어들여 고소와 맞고소를 주고받은 상황이었다. 변협의 선거 규칙은 까다롭다. 그렇게 꽁꽁 묶어놓아 돈이 안 드는 선거를 만든 측면이 있다. 다만 변호사가 고소고발의 전문가다 보니 까다로운 선거 규칙을 역이용해 상대 후보를 고소고발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김 후보가 16일 3909표(38.5%)를 얻어 3774표(37.2%)를 얻은 안 후보를 누르고 내달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신임 회장으로 뽑혔다. 1.3%포인트의 표 차는 선거가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은 사설 법률플랫폼 로톡이었다. 현 집행부 노선을 계승한 김 후보는 로톡에 비판적인 반면 안 후보는 로톡에 개방적이다. 다만 김 후보는 협회 차원의 법률플랫폼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나왔다.

▷변협은 법무법인 세종의 설립자인 신영무 변호사를 끝으로 명망가 위주의 회장 시대에 작별을 고했다. 2013년 임기를 시작한 위철환 회장부터는 지방변호사회에서 조직 기반을 다져온 회장들이 당선됐다. 2021년 임기를 시작한 현 이종엽 회장에 이르러서는 이미 지방변호사회를 숫자로 장악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변협에도 영향을 미쳐 당선을 좌우했다. 그러나 로톡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간에도 분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체로 업계에서 기반을 잡은 변호사는 로톡에 반대하고 기반을 잡지 못한 변호사는 찬성하는 쪽이다.

▷변협은 공익단체와 영리단체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한 해 1700명씩 쏟아져 들어오면서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것은 다른 말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변호사가 점점 늘고 있음을 뜻한다. 변협 회장도 이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변협의 영리단체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변협은 인권이 위협받을 때는 인권의 수호자가 되고 헌법이 위협받을 때는 헌법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 정당한 영리 추구가 인권과 헌법의 수호와 상치되는 건 아니지만 변협의 영리단체적 성격이 강화되고 변협 회장 선거가 회원의 영리만 앞세운 선거가 되면 인권과 헌법의 수호에 필요한 권위가 사라질 수 있다. 회장 선거가 치열한 것까지야 뭐라 하겠는가. 다만 한편으로는 경직된 선거 규칙을 완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 비방을 자제해 변협이 법 기술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법 수호자들의 모임임을 보여줬으면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