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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변별력 높이려다 취지 안맞는 문항 출제돼”

입력 | 2023-01-18 03:00:00

민찬홍 前 수능출제위원장 지적
“고난도 문항에 사교육 영향력 강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변별력을 높이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니 과목 성격이나 시험 취지에 맞지 않는 문항들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2021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을 맡았던 민찬홍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사진)는 1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제3차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수능에 고난도 문항이 출제되고, 그에 따라 사교육의 영향력이 커지는 악순환이 생겼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부터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27년간 수능 개편 과정을 지켜봐 온 그가 수능이 학생의 수학(修學) 능력을 검증한다는 당초 도입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음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의 EBS 교재 연계율을 높인 것이 학생들의 공부 방식과 수능 문항을 학력고사 시절로 되돌려 놨다”고 강조했다. EBS 문제를 외워 정답 맞히기를 하니 학력이 아닌 시험 대처 능력만 키운다는 얘기다.

민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능 폐지론’과 관련해선 “(출제 방향 등) 시험 내용 측면에서 개선될 필요는 있지만, 수능을 없애야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수능이 출제 과정과 평가 측면에서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국민의 신뢰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민 교수는 “수능이 대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유지될 필요는 없다”며 “수시모집과 논술시험 등 다른 전형들의 신뢰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대입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했다. 교육부는 일선 고교와 대학,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내년 2월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