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 찾아오는 한국영화 2편
영화 ‘유령’-‘교섭’ 18일 동시 개봉
일제강점기 배경 스파이 영화 ‘유령’, 설경구-이하늬 등 개성 연기 돋보여
‘교섭’은 샘물교회 사건 모티브
설을 앞두고 귀를 때리는 총성과 폭발음으로 가슴이 쿵쾅대는 한국 영화 두 편이 관객과 만난다. 경성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액션 영화 ‘유령’과 탈레반에 피랍된 한국인들을 구출하는 영화 ‘교섭’이다. 18일 함께 개봉하는 두 영화에서는 설경구 박소담 황정민 현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 색색 개성 연기 돋보이는 ‘유령’

영화 ‘유령’에서 조선총독부 내 스파이를 색출하려는 일본인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오른쪽)가 통신과 감독관 준지(설경구)를 의심하며 총구를 겨누고 있다. CJ ENM 제공
1933년 경성, 항일조직 흑색단은 조선총독부에 스파이 조직 ‘유령’을 침투시킨다. 지령은 단 하나, ‘신임 일본인 총독을 암살하라’. 유령은 서로에게조차 존재를 숨기며 겹겹의 암호로 지령을 전달한다. 목숨을 건 작전에도 새로 부임한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는 직감적으로 냄새를 맡는다.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준지(설경구),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 계장(서현우),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를 용의자로 지목해 절벽 끝 외딴 호텔에 가두고 유령을 색출하는 심리전을 시작한다.
스크린 속 배우 이하늬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그간 그가 주로 연기해온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죽어야 할 때 죽기 위해 출렁거리는 슬픔을 누르며 장총을 멘 단단한 박차경의 모습을 몰입감 있게 풀어낸다.
배우 박소담은 영화 촬영 당시 갑상샘암에 걸린 상태였지만 이를 모른 채 이하늬와 함께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펼쳤다. 이 감독은 언론 시사회에서 이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상태가 안 좋은 배우를 코너까지 몰았다는 마음이 뒤늦게 들어서 짠했다”고 했다.
배우 설경구가 열연한 준지 역은 관객들에게 유령이 누구인지 끝까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캐릭터다. 명문 무라야마 가문 7대손이지만 어머니가 조선인이어서 혈통에 대한 열등감과 혐오를 갖고 있다. 이 감독은 “준지는 가만히 있어도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설경구라는 배우의 무게감으로 관객들이 계속 그를 의식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 ‘샘물교회’ 사건 모티브 ‘교섭’

영화 ‘교섭’에서 외교관 재호(황정민·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왼쪽에서 두 번째)이 한국인 인질 구출 작전을 펼치는 장면. 영화사 수박 제공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