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샹젤리제대로의 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에 등장한 일본 예술가 야요이 쿠사마 조형물. 파리=AP 뉴시스
새빨간 점박이 호박을 쓴 93세 일본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미국 뉴욕 루이비통 매장 쇼윈도에 등장했다. 붓을 든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유리창에 물방울(폴카도트)무늬를 그리는 듯 움직인다. 그러다 앞에 선 사람을 보고 빙긋 미소 짓기도 하지만 그녀는 진짜 쿠사마가 아닌 로봇이다.
미국 뉴욕 루이비통 매장에 등장한 쿠사마 로봇. 사진 제공 루이비통.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쿠사마와 협업을 통해 핸드백, 의류, 액세서리 등 그녀의 작품을 차용한 제품 450개가 포함된 새 컬렉션을 6일 공개했다. 이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에는 독특한 모습의 ‘쿠사마 조형물’이 나타나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건물 옥상에 붙어 벽면에 물방울무늬를 그리는 거대한 쿠사마 인형이 나타났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매장에는 1,2층을 관통하는 쿠사마 조각이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루이비통 매장의 야요이 쿠사마 조각물. 사진 제공 루이비통
여기엔 그녀의 작품이 갖는 소셜 미디어 친화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방에 거울을 설치한 그녀의 대표작 ‘인피니티 미러 룸’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해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며 전시되고 티켓은 공개와 동시에 거의 매진된다.
그 결과 ‘#쿠사마야요이’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00만 건(영어 기준)이 넘는더, 이는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는 다른 생존 작가(제프 쿤스(44만), 데이비드 호크니(32만), 게르하르트 리히터(18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인스타그램 노출도가 곧 작품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있다는 방증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요즘 미술관의 관객들은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고 만나 일체화되기를 원한다”며 “특별한 공간에 들어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하게 만드는 ‘인피니티 미러 룸’을 비롯한 쿠사마의 작품이 대중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