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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명당은♬~ 우리 명당이래요♪”[안영배의 웰빙풍수]

입력 | 2023-01-23 12:00:00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1940년대 대일항쟁기 때 아동문학가 윤극영(1903~1988년)이 작사·작곡한 ‘까치까치 설날은’의 첫 구절이다. 해마다 정초가 되면 입안에서 뱅뱅 도는 이 노래는 까치와 인간이 참 가깝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실제로 까치는 동북아시아권 사람들 사이에서 길조(吉鳥)로 대접받아 왔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우리 속담은 까치가 귀인(貴人)의 출현을 예고하는 전령사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웃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속담에 ‘집에 네가지 기쁜 일이 나타나면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난다(宅子現四喜,家中出能人)’는 말이 있다. 네가지 기쁜 일은 △까치가 집안에 들어올 때(喜鵲登堂) △제비가 집에서 둥지를 틀 때(燕子壘巢) △고목에서 새싹이 날 때(枯木逢春) △떠돌이 개가 집안으로 들어올 때(野狗進宅)를 가리킨다. 이 중 첫 번째로 등장하는 게 바로 까치다. 즉 까치가 집으로 날아 들어오면 집안에 귀인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전북 익산시  함라마을  만석꾼 부잣집 마당 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 까치집은 좋은 기운이 뭉친  터에서 주로 발견된다.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왜 까치의 등장을 집안의 경사스러운 일로 연결시킬까. 여기에는 풍수적 배경이 깔려 있다. 사실 까치는 명당을 고르는 데 있어서 매우 탁월한 ‘풍수 실력가’라고 할 수 있다.

까치는 일단 아무데나 집을 짓지 않는다. 해마다 이르면 1월부터 알을 낳고 새끼를 잘 키울 수 있는 명당 터를 찾아 나선다. 태풍이 와도 끄떡없는 나무를 고른 다음 여름철에 적당한 그늘이 지고 통풍도 좋은 나뭇가지에 집을 짓는다.

주변에 떨어진 마른 나뭇가지, 철사 등을 부리로 물어와 대충 얼기설기 엮은 듯한 둥지도 찬찬히 살펴보면 매우 튼튼하다. 둥지는 나뭇가지가 겹치게 쌓일수록 서로 얽혀들어가 단단해지는 재밍(jamming)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한번 지어지면 잘 부서지지 않는다. 또 둥지 둘레에 수직으로 세워진 나뭇가지는 비가 올 때 빗물을 빨리 흘려보내는 홈통 역할을 한다. 까치 둥지가 비가 와도 덜 젖고 잘 새지 않는 이유다.

아파트처럼 한 나무에 층층이 지은 까치집. 



그런데 까치가 둥지 터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명당 기운’이 서려 있는 나무다. 까치집이 있는 나무를 보면 아무 나무나 선택한 게 아님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도로나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느티나무, 미루나무, 메타세쿼이어 등 가로수들을 유심히 살펴보라. 똑같은 수종의 나무들이 2~3m 간격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도 까치가 선택한 나무와 피한 나무가 있다. 사람 눈으로 보기에는 나무의 나이나 크기가 서로 비슷한 데도 말이다.


이를 풍수의 눈으로 바라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까치가 둥지를 튼 나무는 예외없이 천기(天氣)나 지기(地氣) 등 기 에너지가 형성된 곳이다. 까치가 전봇대나 철도 전차선로에 둥지를 튼 경우도 있는데,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감각이 민감한 사람들은 까치 둥지가 있는 나무 아래와 아무 둥지도 없는 나무 아래에서 한참 서 있다 보면 무언가 기운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즉 까치는 새끼들이 좋은 기운을 받아 잘 자랄 수 있는 명당 나무만 골라 집을 짓는 것이다.

심지어 한 나무에 겹겹이 둥지를 튼 경우도 볼 수 있다. 마치 아파트나 빌라처럼 높은 나뭇가지 위에다 층층이 지어놓은 까치집을 보면 마치 사람 사는 집을 보는 듯하다.

이를 유추해보면 한국과 중국 등에서 전해 내려오는 까치 속담이 근거가 있다. 명당 터를 좋아하는 까치가 집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그 집의 기운이 좋아 자연스럽게 이끌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좋은 기운이 서린 집에서는 때가 되면 경사스런 일이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양택(집)풍수학의 고전인 ‘황제택경’에서는 좋은 집터에 대해 “조상의 무덤이 흉해도 집터가 길하면 자손이 부귀 영화를 누린다”고 말한다.
 ○ 제비 등장하는 ‘흥부전’의 풍수 스토리 
까치 뿐만 아니다. 동물과 관련된 명당 얘기는 많다. 앞서 소개한 중국 속담 4가지 기쁜 일(4喜)에서는 까치 외에도 제비와 개가 등장한다. 이들 모두 집안으로 들어올 때 길조(吉兆)로 여긴다. 제비와 개 역시 명당 터를 좋아하기에 명당 집으로 찾아오는 이치인 것이다.

특히 ‘제비가 집에서 둥지를 틀 때’의 속담은 우리나라 소설 ‘흥부전’ 얘기와 매우 유사하다. 판소리 ‘흥보가(신재효본)‘에 의하면 악한 형인 놀보와 착한 동생인 흥보를 대립시켜 권선징악(勸善懲惡)을 내세우는 듯하지만, 스토리 밑바닥에는 풍수 논리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

놀보의 집에서 쫓겨난 흥보는 극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불쑥 나타난 시주승이 골라준 집터에다 움막을 짓고 살게 된다. 시주승은 배산임수(背山臨水·산을 등지고 물이 가까이 있음)를 이룬 이 터에서 살면 가세(家勢)가 속히 일어나 자손 대대로 이어진다는 말을 남긴다.

그 증표는 이듬해 봄에 나타난다. 강남에서 날아온 제비가 흥보의 움막에 찾아온다. 흥보는 튼튼하게 잘 지은 부잣집을 마다하고 자신의 집 허름한 처마 안에다 진흙으로 둥지를 튼 제비 부부를 반갑게 맞이한다. 이후 흥보가 뱀의 공격을 받은 제비를 구해주고, 대신 제비는 그 보은으로 보물이 가득 찬 박을 가져다준다. 결국 흥보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얘기다.

길고양이는 수맥 등 날카로운 기운이 있는 곳을 선호하고, 떠돌이개는 사람처럼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한편으로 개와 고양이 풍수론도 있다. 타이완(臺灣)의 민간 속설인 “고양이는 빈곤을 부르고 개는 부를 부른다(猫來窮,狗來富)”는 말이 대표적이다. 길고양이가 찾아오는 집은 살림이 궁핍해지는 징조이며, 떠돌이개가 방문하는 집은 부유해지는 길조라는 뜻이다. 같은 짐승인데 왜 그럴까. 고양이들은 사람 건강에 유해한 수맥 등 날카로운 기가 있는 곳을 선호한다. 그러니 고양이들이 찾아오는 집은 유해한 기운이 있을 확률이 높고, 그만큼 거주자의 건강이나 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반면 개들이 좋아하는 터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기운이 있는 곳이므로 거주자에게도 길한 작용을 하게 된다.

좋은 기운이 있는 터에서 쉬고 있는 개들. 동물을 통해서 명당 길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물론 타이완의 민간 속설은 떠돌이 고양이나 개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들은 밖에서 야생 생활을 하면서 본능적 감각이 활성화된 상태다. 따라서 집에서 오랫동안 키우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이런 감각이 무뎌져 풍수 지표로 삼기에는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꿩, 매, 노루 등 동물이 명당을 점지해준 풍수 설화들이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실제로 멧돼지나 노루가 잠을 잔 곳이나 변을 본 곳은 좋은 지기(地氣) 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동물을 ‘스승으로 삼는’ 풍수 공부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