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원하는 부위와 가격에 맞춰
맞춤형 선물세트 늘린 전략 적중
한우값 10% 이상 하락도 큰 영향
고객들 “고물가 속 가성비 좋아져”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둔화 속에서도 명절 고가 선물 대명사인 백화점 한우세트가 지난해 설 직전보다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우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데다 ‘체리슈머(알뜰한 전략적 소비자)’를 겨냥해 고객이 원하는 부위와 가격에 맞춰 제작하는 맞춤형 선물세트를 늘린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우세트 성공의 일등공신은 가격이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1등급 등심은 kg당 9만8590원으로 1년 전(11만2490원)에 비해 12.4% 하락했다. 지난해 한우 사육 마릿수(355만 마리)가 역대 최대 수준인 데 반해 소비 위축으로 소비는 감소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조림, 조미료 등 가공식품 선물세트 가격이 20% 올랐지만 한우세트는 작년과 대동소이해 ‘상대적으로 가성비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객별 취향을 반영하는 맞춤제작 세트도 확대됐다. 홈플러스는 등심, 안심, 채끝, 부채살, 치마살, 업진살 등 구이류를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부위와 금액대까지 맞춰주는 ‘맞춤형 냉장 세트’를 선보였다. 맞춤 세트가 주로 포진한 20만 원 안팎의 세트 매출이 전년보다 245% 늘었다.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인 마트에서도 한우가 잘 팔렸다. 롯데마트 하이엔드 ‘마블나인’ 세트는 40만∼50만 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매출이 6배로 늘었다. 이마트는 조선호텔과 협업해 ‘경주 천년 한우’ ‘화식한우’ 라인 등을 선보였는데 30만 원 이상 판매 증가율(21.3%)이 전체 한우세트 증가율(11.1%)의 2배에 달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같은 1++등급(투뿔) 마블링 9단계 한우라도 백화점은 100만 원이 넘지만 마트는 40만 원에 살 수 있다. 씀씀이는 줄여도 품질은 포기 못 하는 실속형 소비 패턴이 확연해졌다”고 말했다.
한우세트는 과일이나 생활용품 등 다른 선물세트들보다 단가나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높아 ‘명절 장사는 기승전한우’라는 말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설이 불황기 첫 명절인 만큼 올해 소비 트렌드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진다”며 “경기침체 우려에 설 대목을 놓칠까 염려했는데 한우세트가 잘 팔리면서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