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첫 실태조사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아침에 깨면 스마트폰부터 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둘러보다 간단히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한다. 오후엔 방에서 책을 읽다 낮잠을 자기도 하지만 외출은 안 한다. A 씨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잠을 많이 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30대 여성 B 씨도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지낸 지 6개월 이상이 됐다.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자리를 구하러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기 쉽지 않다. 그는 “예전에 취업을 했는데 성격 탓인지 1년 이상 다녀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A 씨와 B 씨처럼 사회와 단절한 채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청년이 서울에만 약 12만9000명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서울 고립·은둔 청년 12만9000명

서울시는 생활고 등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거나 가족 친척 외에는 대면교류를 하지 않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규정했다. 외출을 거의 안 하고 집에서 생활하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간 구직 활동이 없는 경우는 ‘은둔’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고립·은둔 중으로 파악된 청년 486명 중 45.5%는 ‘구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직했다’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어 ‘심리적 또는 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 형성의 어려움’(40.3%), ‘집 밖에 나가는 게 귀찮음’(39.9%)’ 등이 고립·은둔 생활의 이유로 꼽혔다. 엄소용 연세대 의대 연구교수는 “서울은 취업 또는 진학을 위해 연고 없이 유입된 청년 인구가 많다”며 “어려움을 겪어도 사회적 관계를 통해 해소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고립·은둔 10명 중 1명, 10년 이상 비외출

서울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종합 지원정책을 올 3월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대학병원 및 뇌과학 진단 프로그램 등을 통한 상담을 확대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마음건강 비전센터’(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설립될 경우 센터에선 고립·은둔 초기 진단부터 상담,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지원을 맡게 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