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간부 간첩혐의 수사] 작년 9월부터 공안 수사 강화 국정원장 비서실장 직속팀 신설 관계자 “수도권 거미줄 조직 규명” 정의당 “민노총 간첩온상 낙인”
서울-제주 등서 동시다발 압수수색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담은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제주 제주시 봉개동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대표의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한라일보 제공
“그동안 묵힌 사건들이 꽤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끝이 아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본부 사무실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가 앞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대공·방첩 전담 조직을 내부에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동안 내사해온 국보법 위반 혐의 사건들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데다 연루된 조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정원 등 공안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집중적으로 관련 수사를 강화했다고 한다. 공안 당국은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대북 보고를 한 혐의를 받는 정치권 인사에 대한 내사,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뒤 지하 반정부단체를 조직한 혐의를 받는 창원, 제주 등지 시민단체 인사 수사에 이어 민노총까지 전방위로 간첩단 의혹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지난해 9월부터 공안 수사 본격화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안 당국은 민노총 조직국장 A 씨 등의 국보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수년 동안 내사해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 당시 관련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윤석열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이다. 공안 당국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 관계 개선 시점에 대공 수사 역량이 크게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 등에 집착했다”며 “사실상 임기 내내 대공 수사와 관련해선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정원, 대공·방첩 전담 조직 신설
국정원이 지난해 하반기 대공·방첩을 전담하는 조직까지 내부에 신설한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 조직은 국정원장 비서실장(2급) 직속으로, 최근 국보법 위반 혐의 수사들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은 내부 인력뿐 아니라 경찰 등으로부터 수십 명을 파견받아 이 조직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지방을 중심으로 뻗어 나간 북한 연계 지하조직에 수사력을 모았던 공안 당국은 민노총을 포함해 수도권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혐의자는 수십 명, 수백 명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결국 수도권에 조직이 얼마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지를 규명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정 당국 관계자는 “수사가 확대되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인사들이 튀어나올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의당은 이날 “민노총을 소위 ‘간첩단 사건’의 온상인 것처럼 낙인찍으려는 공작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