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SONY / 편집 : 바이브랜드
최근 이어진 강추위에 귀마개 겸용으로 헤드폰을 구매했다는 SNS 후기가 늘었습니다. 저가형 헤드폰을 구입한 이들의 위트 있는 얘기지만 여기에 우수한 음질이 수반되면 어떨까요? 아마 보온성과 동시에 근사한 감동을 선사하겠죠.
음향 기기 명가 보스와 소니에게 주목한 이유입니다. 착용한 채 달리고 걷고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다해본 헤드폰 리뷰를 들려드립니다.
하이엔드급에서 기대할 수 있는 주요 성능부터 살펴보시죠. ‘이퀄라이저(EQ)’가 첫 번째. 특정 음역대를 낮추거나 높임으로써 취향껏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주로 공식 앱과의 페어링을 통해 조정 가능합니다.
전자공학 박사의 유산
아마르 G.보스 박사_출처 : BOSE
보스의 창업자 아마르 G.보스 박사는 MIT 전자공학 교수이자 심리음향학 박사였습니다. 1964년 고도화된 스피커를 목표 삼아 창업에 뛰어듭니다. MIT의 우수 인재들과 함께 과학에 입각한 장비들을 개발, 다수의 특허를 확보했는데요. 1978년 그가 비행기 안에서 업계 최초로 구상한 어쿠스틱 노이즈 캔슬링은 NASA와 공군 및 일반 여객기에 보스 헤드폰이 지급된 계기가 됐죠.
QC45의 상세 정보_출처 : BOSE / 편집 : 바이브랜드
QC 시리즈는 Quiet(조용한)와 Comfort(편안한)의 약자로 20여 년 역사를 지닌 스테디셀러입니다. 지난해 10월 스페셜 컬러로 출시된 QC45 미드나잇 블루를 체험했습니다. 하드웨어의 디테일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죠. 디자인은 이전작인 35 모델과 흡사합니다. 슬림해진 이어컵*에 잘 보이도록 각인된 BOSE 로고가 포인트. 그립감을 높여주는 매트한 소재와 쿠셔닝이 가미된 헤어밴드가 돋보입니다. 정수리에 딱 맞도록 사이즈를 조정하니 5km 거리의 러닝 중에도 흔들리지 않네요. 이어컵과 헤어밴드의 연결 부위가 자유자재로 접혀 휴대도 편리하고 여유로운 착용감을 자랑합니다.
*이어컵: 귀에 맞닿는 출력 장치를 둘러싼 외부 커버
귀에 속삭이는 야누스
일부 마니아들은 BOSE의 진면목이 저음역대에서 발휘된다고 설명합니다. 가정용 및 차량용 스피커만 봐도 베이스를 묵직하게 뿜어내니까요. QC45에선 고음의 청량함까지 즐길 수 있어 아이유의 좋은 날을 듣기에도 탁월한데요. 보스가 사운드의 반전 매력을 꾀했다고 평가받는 까닭입니다.QC45의 착용 모습_출처 : BOSE
이어컵이 자유자재로 접히는 QC45_출처 : 바이브랜드
Bose Music 앱과 연동해 2가지 청음 모드를 경험하길 추천드립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반의 콰이어트 모드로 설정하면 6개 내장 마이크가 외부 신호를 제거합니다. 정류장에서 테스트한 결과 승객들의 대화가 원천 차단됐으며 일반 이어폰을 사용할 때 가장 방해 요소였던 자동차 주행 소음은 미세하게만 들립니다. 버스 정차로 인한 굉음 역시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요. 시끌벅적하고 취기 오른 심야 지하철에서도 편안히 1인 콘서트에 몰입했죠. 어쿠스틱 노이즈 캔슬링이 최초 적용됐던 시리즈답네요.
환기가 필요할 땐 어웨어 모드로 변경. 단순히 소리가 들리도록 개방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센서가 주변 소리를 인식 후 음원과 함께 재출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들리니까요. 콰이어트와 어웨어간의 전환이 매끄러워 흥이 끊길 일도 없죠. 50분가량 모드를 번갈아가며 들으니 배터리 소모량은 약 10%. 방전 상태에서 20분간 급속 충전하자 3시간 가까이 작동됩니다.
Bose Music 앱의 EQ 조정 페이지_출처 : BOSE
여행길 기차에 올랐다면 멀티 포인트 기능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테블릿과 스마트폰을 QC45에 연결 후 앱의 On/Off 버튼으로 원하는 기기를 고르시죠. 테블릿으로 유튜브를 보던 중 갑자기 전화가 걸려올 때 즉시 스마트폰에 페어링하듯요. 다만 한정적인 앱 기능은 아쉽습니다. 여러 종류의 EQ 테마 및 선호하는 세팅 값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활용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대교체를 알린 페이스 오프
소니의 WH-1000XM5 착용 모습_출처 : SONY
사운드를 뜻하는 라틴어 소너스(sonus)에서 파생된 로고만 봐도 음향 장비에 대한 소니의 포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최고의 청취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고요. 헤드폰 시장에서 수차례 발명을 이어 온 행보도 같은 맥락이죠. 1979년 헤드폰은 작고 가벼워야 된다는 일념 하에 개발한 최초의 워크맨용 액세서리 MDR-3가 효시입니다. 이후 자사 최초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시작으로 2011년엔 업계 최초 디지털 서라운드 기반의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WH-1000XM5의 상세 정보_출처 : SONY / 편집 : 바이브랜드
WH-1000XM5(이하 M5)는 유구한 M 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2022년 6월 국내에서 하루 만에 초기 예약 물량을 완판시키며 그 인기를 증명했죠. 얇아진 헤어밴드와 이어컵의 소프트 핏 레더 소재는 1~4세대와 구분되는 디자인 요소일 뿐 아니라 착용감을 높이는 데도 기여합니다. 귀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가죽 촉감이 겨울철엔 더욱 빛을 발하네요. 터치 센서 제어 패널이 탑재된 이어컵에 손가락을 대면 볼륨을 조절할 수 있고요. 4세대와 달리 헤어밴드와 이어컵이 접히지 않아 휴대성과는 일정 부분 타협해야 합니다.
M5의 자매품: 앱
8개 마이크가 착용 상태와 주변 환경에 따라 소음 차단 강도를 조정하는 Auto NC Optimizer 노이즈 캔슬링이 핵심입니다. 예컨대 소리의 파동 중에서도 들리기 쉬운 고주파수를 더 강하게 제거하는 식이죠. 예컨대 버스 주행 소음이 음악 감상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저음역대로만 들립니다. 무분별한 방어가 아닌 주위를 인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를 준다는 점이 만족스럽네요.M5의 이어컵은 좌우로 회전될 뿐 접히진 않는다_출처 : SONY
SONY Headphones Connect 앱에선 노이즈 캔슬링이 한 단계 더 고도화됩니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해 주변 소리 듣기 모드로 자동 전환해 주는 스피크 투 챗(Speak-To-Chat)이 대표적이죠. 전환되기까지 소요 시간은 약 3초. 간혹 혼잣말만 해도 작동되기에 꺼놔야 할 때도 있지만 비행기 안에서 친구 또는 애인과 각자의 시간을 보낼 땐 쏠쏠하겠죠. 음악을 듣다가도 언제든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으니까요.
이틀간 출근길마다 적응형 사운드 제어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자주 방문하는 장소별로 노이즈 캔슬링 사용 여부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역과 동네 산책 코스 등을 지정하니 추운 날씨에 손을 빼지 않아도 혼자만의 음악 공간이 완성됐죠.
직장에서 노이즈 캔슬링이 자동 설정되도록 세팅된 화면_출처 : SONY
11가지의 EQ 테마 역시 앱과 연동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밝음, 편안함, 신남, 부드러움’ 등 기분에 따라 선택하거나 직접 커스텀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어두운 분위기의 힙합 곡엔 베이스 부스트(저음역대 강조) 테마를 추천드립니다. EQ 기능이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귀를 촬영해 보시죠. SONY Headphones Connect 앱이 30초 만에 귀 모양에 최적화된 입체 음향 값을 맞춰주니까요.
두 상품의 경쟁력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귀결됩니다. QC45는 고요함과 백색소음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M5는 앱을 필두로 첨단의 방어막을 구축하죠. 이어컵이 접히고 멀티 포인트까지 지원하는 QCY의 1만 원대 H2처럼 가성비 모델의 홍수 속에서도 보스와 소니가 굳건한 이유일 겁니다. 고요한 뮤직 라이프는 쉽게 선물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 기사는 지난 1월 7일 발행됐습니다.
인터비즈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