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의 불법요구에 따른 피해가 적잖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불법행위의 대부분은 금품 요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타워크레인 월례비와 노조전임비 요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일부 업체는 불법행위로 인해 공사가 최대 4개월가량 지연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19일(오늘) 이런 내용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약 2주간에 걸쳐 12개 민간 건설 협회 등을 통해 접수된 내용이다.
이 기간 피해사례를 신고한 업체는 모두 290개이며, 이 가운데 133개 업체는 부당금품을 지급한 계좌 내역과 같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다. 피해현장은 전국 1489곳에 달했고, 80% 정도가 수도권(681곳)과 부산·울산·경남권(521곳)에 위치했다.
● 불법행위 대부분은 부당금품 요구
불법행위는 대략 12개 유형, 2070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사례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로 절반을 넘는 1215건(58.7%)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A건설사이다. 2019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최근 4년 간 18개 현장에서 44명이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월례비 등의 명목으로 697회에 걸쳐 38억 원을 부당 지급했다. 이어 노조전임비 요구가 567건(27.4%)으로 많았다. B건설사의 경우 2021년 10월 C현장한 곳에서 10개 노조로부터 전임비를 요구받고 1개 노조 당 100만~200만 원씩, 모두 1547만 원을 지급했다.
결국 월례비 요구나 노조전임비 강요 등과 같은 부당금품 요구가 1782건으로 전체 불법행위의 86%를 차지한 셈이다.
불법행위 가운데에는 채용강요도 57건(2.8%)나 됐다. D건설사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건설노조 E로부터 조합원을 채용하거나 발전기금을 낼 것을 강요받은 뒤 300만 원의 발전기금을 지급해야만 했다.
● 수당 요구하며 4개월 동안 공사 지연
불법행위를 신고한 290개 업체 가운데 118개 업체는 최근 3년 동안 1686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F업체는 적게는 600만 원에서 최대 5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신고해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이같은 피해액은 계좌 지급내역 등과 같은 자료를 제시한 경우만 집계한 결과이다. 실제 피해액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공동주택을 짓는 G현장의 경우 4개 건설노조가 난립한 뒤 외국인 근로자 출입통제 등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방해하고, 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벌여 4개월 간 공사가 지연되는 일이 벌어졌다.
공공공사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남 창원 명곡지구에서 진행 중인 LH의 행복주택사업도 노조의 노조원 채용과 장비사용 강요, 레미콘 운송거부로 지난달 16일부터 3주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됐을 정도다.
● 피해 신고접수 계속 진행…사실 확인되면 수사 의뢰
국토부는 앞으로 건설 분야 민간 협회 등에 온라인 익명 신고 게시판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당초 13일까지만 진행할 예정이었던 피해사례 신고가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또 이번에 접수된 신고사례에 대해서는 피해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지방국토관리청을 중심으로 지방경찰청과 고용노동부지청, 공정거래위원회 지역사무소 등이 참여하는 ‘권역별 지역협의체’를 활용해 집중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와는 별도로 19일(오늘) 오후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 협의체 4차 회의도 개최한다. 앞선 1~3차 회의와 마찬가지로 각종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법률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