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소득수준이 다른 남녀의 결혼 비율이 높은데, 이는 국내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정부 재분배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국제비교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국내의 소득동질혼(소득수준이 비슷한 남녀의 결혼) 강도는 주요국에 비해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동질혼 경향이 약한 이유는, 국내에서도 고소득 남녀 간의 결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지만 고소득 남성과 비취업·저소득 여성 간 결혼, 저소득·비취업 남성과 중위소득 이상 여성 간 결혼 등 소득수준이 차이나는 남녀의 결혼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고소득 개인과 저소득 개인이 만나 중간소득가구를 형성하는 일이 발생하며 그 결과 개인 단위의 소득불평등에 비해 가구 단위에서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다”며 “이는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개인 간 근로소득 불평등이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구 근로소득 불평등을 낮춤)에 의해 완화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남성이 경제활동에 집중하고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가구 내 분업이 이뤄진 점을 꼽았다. 박용민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고소득 남편의 외벌이 비중이 높은 편인데,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아내가 얼마나 가사나 육아, 교육에 힘쓸 수 있는지 등 뒷받침을 잘하는지를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이유는 결혼 후 육아나 가사가 중요해서 (여성의) 경력단절이 발생했고, 제도적 뒷받침이 덜 돼 있어 분업이 나타난 것일 수 있다”며 “미국은 소득동질혼이 강화됐는데 후자 때문이라는 사회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은은 “향후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구조가 불평등 완화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공적인 불평등 완화기제를 갖춰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