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계가 급격한 수요 침체 위기로 신음하고 있다. 업계가 ‘재고와의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하반기부터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2분기 바닥’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사상 초유의 부진 앞에 “침체의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다”라는 비관론도 들려 여전히 업황은 ‘오리무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업계의 적극적인 감산 노력은 재고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지난 11월 웨이퍼 투입을 20% 축소한다고 밝혔다. 키옥시아도 30% 줄였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도 수익성 낮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을 20~30%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공식적으로 감산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생산라인 재배치, 신규증설 지연, 미세공정 전환 확대 등으로 제품 생산이 감소할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부터 시행한 직접적인 감산 노력과 올 1분기 라인 재배치, 신규 증설 지연 등에 따른 간접적 감산 효과 등이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낙관하긴 힘든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다. 메모리 업계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 구조가 메모리 일변도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 일수는 20주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적정 재고 수준 5~6주보다 여전히 4배가량 많다. 메모리 업계는 이번 업황 다운턴(하락 전환)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반도체 역사상 2001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악의 불황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전망에 대해 각종 설이 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침체의 깊이가 얼마나 될지 가늠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자산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재고를 4분기 말 기준 15주 수준으로 추정하며 “지난해 4분기 말 공격적 판매를 감행했던 것 감안하면,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다운턴은 기존 메모리 산업 사이클과는 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cycle) 산업’으로, 그동안 5년 이상을 주기로 등락을 반복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17~2018년, 2021~2022년 짧은 호황기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팀장은 “세계 2등의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의 투자가 전년 대비 70% 줄어들었다는 것은 듣고도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지금까지 메모리 산업에서 보지 못했던 일로,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