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카브루-세븐브로이 등 수제맥주 열풍 주역 성장세 둔화
편의점 집중 전략에 내실 못다져… 가격 경쟁력 등서도 차별화 실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개성 있는 맛과 다채로운 마케팅을 앞세워 국내 주류업계를 선도했던 수제맥주 업계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특히 제주맥주에 이어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던 주요 수제맥주 업체 카브루·세븐브로이 등의 상장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며 국내 수제맥주 열풍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19일 GS25에 따르면 수제맥주 매출 증가율은 2020년 381.4%, 2021년 234.1% 등 고공신장을 이어가다 지난해 76.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전통주(프리미엄 소주) 매출 증가율(106.9%)보다 낮은 수준이다. CU에서는 매출 신장률이 2020년 489%로 뛰었다가 지난해 60.1%에 그쳤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제맥주 상장 1호인 제주맥주의 주가도 약세다. 상장 당일 604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년도 채 안 돼 1510원(20일 종가 기준) 수준으로 약 75% 떨어졌다. 진주햄이 2015년 인수한 카브루는 시리즈 B 투자까지 받았지만 2021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세븐브로이는 ‘곰표맥주’로 수제맥주 붐을 일으켰지만 차기작을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8% 감소했다. 수제맥주 업계에 따르면 카브루와 세븐브로이의 IPO는 각각 올해와 지난해로 예정됐었지만 잠정적으로 미뤄졌다.
우후죽순 쏟아진 콜라보 제품은 수제맥주 시장을 확장시키긴 했지만 수제맥주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거나 맛으로 차별화하며 ‘내실 다지기’를 할 기회를 잃게 했다. 이공팔공맥주·따상주화이트에일·유동골뱅이맥주·쥬시후레쉬맥주·스피아민트맥주 등 단발성 콜라보가 쏟아지면서 수제맥주 브랜드가 각인되지 못하는 역효과도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맛을 통해 수제맥주의 차별점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기도 전에 예쁜 라벨과 이색 마케팅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수제맥주 시장의 인기가 사그라졌다”고 말했다. 편의점과 손잡고 출시하는 콜라보 상품인 만큼 수익배분과 수수료 등으로 인해 수익성도 낮았다.
‘4캔 1만1000원’을 내세운 수입맥주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밀리게 됐다. 최근 수입맥주인 버드와이저·호가든·칭따오는 최근 ‘5캔 1만1000원’ 묶음까지 내놨다. 반면 수제맥주는 한 캔 가격이 4000원대 중반까지 한다.
업계에서는 결국 수제맥주가 고급화 전략으로 기존 맥주와 차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콜라보에 목숨을 걸다 보니 결국 남는 것은 같이 콜라보한 기업 로고밖에 없다는 얘기를 한다”며 “근본적인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포기하더라도 신선하고 다양한 맥주를 선보여야한다”고 말했다.